세월호 선장. 진도=광주CBS 이승훈 기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고교생 등 승객 475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는 과정에서 승객들을 내버려 둔 채 먼저 탈출한 선장에 대해 살인죄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목포해양경찰서는 17일 세월호 이모 선장을 소환해 갑자기 항로를 변경한 이유와 과적 여부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해경은 또 이 선장을 상대로 조기 탈출 의혹과 승객 대피 조치의 적절성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결과에 따라 이씨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선원법 위반 혐의 등이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은 업무 중 실수를 저질러 다른 사람을 숨지게 하거나 다치게 하는 경우 적용되고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선장에게는 선원법 위반 혐의가 함께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선원법 제10조는 선장은 여객이 다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고, 제11조는 선장은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인명과 선박, 화물을 구조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선장이 인명을 구조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을 때는 5년 이하의 징역형이 처해지고, 선박과 화물을 구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을 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이번 사고로 수십에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선장에게 최고형의 1.5배인 7년6개월 형까지 가능하다.
이 선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와 선원법 위반 혐의 모두가 적용될 수 있지만 475명의 승객 중 18일 오전 기준으로 25명이 숨지고, 271명이 실종된 상황에서 이 선장에 대한 처벌 규정이 너무 약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선장에 대해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작위'는 마땅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 태도를 말하는데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길을 가다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면 도덕적으로는 비난받을 수 있겠지만 이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다만 함께 걸어가던 조카가 죽어가고 있고 그냥 두고 가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삼촌에게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선장은 승객들을 대피시킬 의무가 있고, 대피시키지 않을 경우 대량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일반인 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고 봐야할 것"이라며 "선장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선장이 승객 구조조치를 하지 않고 본인이 여객선을 빠져나갔을 때 남은 승객들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도 여객선을 빠져나왔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만약 이 같은 결과가 명백하게 예측됨에도 구조조치를 없이 배를 빠져나왔다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선장과 선원들은 '구조조치를 하지 않은 점은 인정하지만 이렇게 많은 인명피해가 날줄은 몰랐다'고 증언할 가능성이 높다"며 "살인죄가 인정되려면 '대량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 명백한데도 무시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하는데 여객선 관계자들이 입을 맞추거나 침묵할 경우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살인죄가 적용될 경우 대법원 양형기준상 보통 동기 살인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징역 10년~16년형이 가능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