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오후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피해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들은 후 관계자들에게 조치를 내리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지난 16일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 수많은 사상자와 실종자를 낸 이번 참사가 20일로 닷새째를 맞는 가운데 외신들도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연일 주요뉴스로 보도하고 있다.
특히 주요 외신들은 승객들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세월호 선장 이모(69) 씨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을 위시한 한국 정부에 대해 앞다퉈 보도하며 한국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각)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대통령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기사에서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한국 국민의 분노가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가 비극적인 '최악의 여객선 사고'를 처리하면서 광범위한 비난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WSJ는 '정부 당국이 안전기준을 엄격히 시행하지 않았다'는 언론보도가 확산되고 있고 '이번 사고로 한국 정부의 무능함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SNS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유력 일간지 '프랑크프루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AZ)'도 이날 '비극적인 선박참사, 한국 연안에서의 죽음'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세월호 사고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FAZ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화요일(15일)에도 국정원의 행동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 설명하며 "선박참사가 힘든 정치 상황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의 운명은 때로는 정치와 전혀 연관되지 않는 사건들에 의해 결정되는데 침몰한 배와 수많은 젊은 이들의 죽음은 그녀에게 정말로 치명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목포해경 제공)
뉴욕타임스(NYT)는 수백 명의 승객들을 배에 두고 먼저 탈출한 세월호 선장 이모 씨를 언급하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NYT는 20일 '선장이 자랑스런 전통을 외면하고 승객들을 배와 함께 가라앉게 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가장 먼저 탈출한 세월호 선장을 비판했다.
NYT는 "1912년 처녀 항해 도중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선장이 배와 운명을 함께한 이후 줄곧 선장이 배와 운명을 같이 한다는 관념이 하나의 전통이 됐다"면서 "하지만 지난 2012년 발생한 이탈리아의 호화 유람선 코스타 콩코디아의 선장과 지난 16일 발생한 한국의 세월호 선장은 침몰하는 배에서 승객들을 뒤로한채 가장 먼저 달아난 사람들이었다"고 지적했다.
NYT는 "해양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충격적인 포기 행동이라며 이는 법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한국과 세계의 자랑스런 선박 운항 관리 전통을 위반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 사건 때문에 "이모 선장은 한국의 불로거들에게 '세월호의 惡'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무사히 구조됐지만 그는 결국 감옥에 가게 됐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는 이모 선장이 사고 뒤 32분만에 탈출했다고 전하며 "선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제일 먼저 승객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면서 "21세기엔 선장이 배와 운명을 같이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할지라도 제일 먼저 배를 탈출한 것은 터무니없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이모 선장이 배가 좌초되고 기울기 시작한 지 불과 40분 만에 탈출했다"면서 "승객들을 포기한 선장의 대응 방식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