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전 부장판사. 박종민 기자'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를 선고받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를 향해 변호사 활동 과정에서의 직무 수행 문제로 변호사 징계를 요구하는 청원이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한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지난해 12월 22일 임 전 부장판사(법무법인 해광)와 정성태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를 상대로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징계개시 청원서를 제출했다.
A씨는 두 변호사가 자신이 제기한 약정금 청구 민사 소송의 항소심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변호사의 성실의무와 설명의무 등을 위반해 패소라는 손해를 초래했다며 징계를 요구했다.
문제가 된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약정금 청구 항소심 사건으로, 소송가액은 30억 원대다. A씨는 항소심 소송 수행을 위해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인 임 전 부장판사와 정 변호사를 공동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징계 청원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1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조정기일에서 임 전 부장판사가 재판부가 의뢰인 측과의 단독 면담을 진행하기 직전 "다른 재판이 있다"는 말을 남기고 의뢰인에게 사전 고지 없이 자리를 떠났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를 두고 소송대리인으로서 중요한 절차에서 의뢰인을 방치한 직무 유기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청원서에는 임 전 부장판사가 자리를 떠난 사이 정성태 변호사가 재판부와 단독 면담을 진행하며 의뢰인과 사전에 협의한 조정금액과 다른 입장을 전달했다는 주장도 담겼다. A씨는 정 변호사가 "어떤 금액이라도 수용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조정금액을 크게 낮춰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두 변호사가 변론 종결 이후 확보된 핵심 증거를 적절한 방식으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청원서에 따르면 항소심 변론은 지난해 7월 24일 종결됐지만, 이후 A씨 사건의 핵심 쟁점과 관련된 텔레그램 대화 등 새로운 증거가 확보됐다고 한다. A씨는 해당 증거를 정식 심리 대상으로 삼기 위해 변론재개 신청이 필요했지만, 두 변호사가 이를 하지 않은 채 지난해 9월 29일 참고서면 형태로 제출해 절차상 불이익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결국 지난해 11월 13일 A씨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A씨는 해당 소송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 청구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징계 청원은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절차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변호사법 제97조의3에 따르면 변호사에 대한 징계 청원이 접수되면 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징계 개시 신청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후 징계 개시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 절차 개시를 신청하게 된다.
징계 청원에 대해 임 전 부장판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제출한 답변서에 당사자와 협의한 내용 등을 포함해 사실관계를 정리해 놨다"며 "답변서에 충분히 설명돼 있어 더 이상 드릴 말씀은 없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 역시 통화에서 "징계 청원서는 이미 받아봤고 이에 대한 답변서도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정기일 당시 상황에 대해 의뢰인 주장과 저희 기억이 서로 다른 부분이 있다"며 "변론 과정에서 제출된 모든 서면은 의뢰인 검토와 승인을 거쳐 제출됐다"고 했다. 아울러 "변론이 종결된 뒤 재판부가 조정 절차에 회부했고, 조정기일에서 재판부의 심증을 듣고 변호인으로서 의견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임 전 부장판사는 과거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