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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침몰] 박 대통령, 국민 앞에 사과가 먼저다

기자수첩

    [여객선 침몰] 박 대통령, 국민 앞에 사과가 먼저다

    행정부 조직 질타에 앞서 행정수반으로서 책임을 느껴야…

    대통령의 직무와 권한을 규정한 헌법 조항
    ◈ 헌법 제 69조 대통령의 취임선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며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 헌법 7조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 헌법 66조 4항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

    헌법에는 대통령의 직무와 권한을 규정한 헌법 조항이 9개에 이른다.

    행정부와 관련한 조항이 13개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대통령의 권한은 무한대에 가깝고 책임 또한 막중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선장이 자리를 비운 것은 살인과도 같은 행위"라고 말하고, "정부의 위기대응 시스템과 초동대처에 반성하라"고 밝혔다.

    또한 "단계별로 책임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발언이 추상같다.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되면, 책임있는 자리에 있었던 관계자들에 대한 대규모 문책인사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태가 사태인 만큼 당연히 엄중한 책임추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오후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피해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들은 후 관계자들에게 조치를 내리고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하지만, 앞의 헌법조항에서 보듯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다. 모든 공무원의 최정점이고, 공무원의 무책임하고 무능한 대응으로 빚어진 사태에 대해서는 무한책임을 져야하는 자리다.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공무원의 무책임 질타하기 전에 국민들 앞에 먼저 사과부터 했어야 한다.

    '위로의 말'은 말 그대로 위로일 뿐이지, 자신의 책임을 통감한다는 사과는 아니다.

    행정수반인 대통령이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면, 공무원들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한 "강력한 재난대응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강력한 재난대응 컨트롤타워"는 이미 만들어져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법을 개정하고,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편하면서 만든 조직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아닌가.

    이번 사태에서 이 조직의 대응이 어땠는지는 이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사고 발생 불과 이틀만에 무력화됐고, 법적 근거도 미약한 '범정부 대책기구'에 모든 기능을 넘겨주고, 다른 부처 자료나 제공해주는 허수아비로 전락했다.

    조직도 조직이지만, 그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책임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이번 사태로 여실히 증명됐다.

    박 대통령의 공무원에 대한 질타는 현 시점에서 적절하지 않다.

    가뜩이나 움츠러든 공무원 조직을 더 움츠러들게 만들 뿐이다.

    대통령부터 국민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를 통해 통렬한 반성을 하고, 무력화된 공무원 조직을 추슬러 지금이라도 재난 극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헌법에 나와 있는 대로 "국민에 대해 책임지는 공무원의 최정점인 행정수반으로서, 그리고 국민들의 복리증진에 힘쓰는 대통령"으로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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