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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나를 바다에 두지 마세요"…산 자가 해야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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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 "나를 바다에 두지 마세요"…산 자가 해야할 일

    어민 “부모가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나에게 발견됐을까”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5월 1일로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난 지 벌써 16일째다.

    밤새 구조작업이 계속되고 기대를 모았던 다이빙 벨도 투입됐다.

    밀물과 썰물의 차가 가장 커 조류의 흐름이 거센 사리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민관군 합동 구조팀의 수색이 더디기만 하다.

    구조·수색 작업이 장기화하면서 시신 유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달 30일(어제) 사고 현장에서 2km 남짓 떨어진 곳에서 시신 1구가 발견됐다.

    시신은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 앞 해상에서 기름 방제작업에 나섰던 어민 이옥령 씨(48)가 수습해 구조팀에 인계했다.

    여학생으로 보이는 이 희생자는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으며 머리 부분을 제외하곤 훼손되지 않았다.

    동거차도 어민 이 씨는 외삼촌인 차남표(64) 씨와 동네 형님 한 분과 함께 30일 오후 1시 50분쯤 미역양식장의 기름 피해를 막고자 설치된 오일펜스를 손보는 작업 중이었다.

    이 씨는 5월 1일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오일펜스가 강한 조류에 심하게 흔들리자 30m쯤 바다 밑에 던져놓은 닻(15kg 정도)을 들어 올렸는데 평소보다 이상하게 무거웠다”고 한다.

    기계에 의해 닻을 끌어올리던 이 씨가 이상한 줄(조명탄 줄-하얀색)이 감긴 상태에서 따라 올라와 칼로 잘라버리려고 칼이나 낫을 찾았다.

    그때 외삼촌 차 씨가 “그러지 말고 계속 올려봐라. 뭐가 있는지 모르니 계속 올려보라”는 말에 닻을 매단 줄과 조명탄 줄을 잘라버리지 않고 좀 더 끌어올렸다.

    약 3,4m쯤 더 올렸을까. 그때 사람의 머리카락이 보였다.

    구명조끼를 입은 여자 시신이 낙하산 줄에 칭칭 감겨있었고, 낙하산 줄은 다시 바다 바닥에 꽂혔던 닻에 둘둘 감겨 있었다.

    이 씨는 바로 인양하다 잘못하면 훼손될 것 같아 어선으로 바로 들어 올리지 않고 머리 부분만 30cm 물 밖으로 꺼내 놓은 뒤 해경에 연락했다.

    해경이 기다려도 오지 않아 부근 해상을 지나가던 잠수부 고무보트를 불러 수습해 해경에 넘겼다고 말했다.

    시신이 닻에 걸려 올라오는 모습을 봤을 때는 너무 놀랍고, 당황해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으나 시신을 해경에 인계하고 정신을 차리고 난 뒤 “닻 줄에 걸려 있는 낙하산 줄을 잘라버렸으면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하니 끔찍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만약 잘라버렸다면 이 시신은 영원히 가족을 만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나를 통해 꼭 찾아달라고 했던 것 같다”고.

    “(시신이) 낙하산 줄에 걸린 것도, 그 낙하산 줄이 닻에 걸린 것도, 내버려둬도 되는 그 덫을 그날따라 올려 바로 잡으려 한 것도, 뭔가(?) 있었던 것 같다”며 “시신이 날 찾아달라고 말했지 않나 생각 한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 씨는 “자칫 영영 찾지 못했을 텐데 하늘나라에서라도 행복했으면 한다” 울먹였다.

    이 여학생 시신처럼 시신은 대개 누군가의 눈에 띈다고 한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그때 발견해 수습하면 뭍에서 영면의 길로 가게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영원히 바다에 잠기는 경우가 있다.

    30년 동안 스쿠버 활동을 해온 이 모 씨는 “물에 빠진 부근을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 없던 시신이 예상치 않은 곳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시신 발견도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기를 바라는 숨진 사람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가끔 동해안에서 시신 수색과 인양 작업을 한다는 이 씨는 “시신도 나를 찾아달라고 말을 한다고 본다”며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을 찾기 위한 당국의 노력, 마지막 한 구까지 찾겠다는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그 다음으로는 가족과 시신의 염원이 있어야 하지 않나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여학생 시신처럼 일부 시신들이 세찬 조류에 밀려 부근 해상이나 더 먼 바다로 떠내려갔을, 유실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귀담아 들을 고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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