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본관. (자료사진)
터질 것이 터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잡음이 끊이지 않던 KBS에서 막내 기자들의 양심고백이 시작된 것.
지난해 KBS에 입사한 40기 기자들과 38, 39기 기자 40여 명은 7일 KBS 사내 망에 '반성합니다'라는 제목으로 10개의 글을 올려 KBS의 세월호 보도 행태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기자는 "대통령은 없고, 물병 맞고 쫓겨나는 총리, 부패하고 무능한 해경, 구원파만 있는 건가요?"라고 지적하며 "대통령의 진도체육관 방문 리포트에서 가족들의 목소리를 모두 없앴습니다. 오로지 대통령의 목소리와 박수 받는 모습들만 나갔습니다"라고 폭로했다.
내부에서 이같은 상황이 빚어지기까지, KBS는 이미 세월호 보도로 여러번 국민의 눈총을 받았다.
특히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가 고발한 김시곤 보도국장의 발언은 연일 논란이 됐다.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는 지난 3일 낸 성명서에서 김 국장이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세월호 참사는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였으니 안전불감증에 대한 뉴스 시리즈물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한달에 500명 이상 숨지고 있는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워야 한다'는 진의로 한 것"이라며 "KBS본부가 전체 내용은 거두절미한 채 일방적으로 왜곡 선동하고 있다"고 반박을 펼쳤다.
그런가하면 KBS 본부는 지난달 30일 성명서에서 김 국장이 추모의 뜻으로 검은 옷을 입고 진행을 한 앵커를 나무라며 뉴스 진행자들에게 검은 옷을 입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KBS 측은 '지나친 추모분위기로 국민들의 우울감이 높아질 것이 우려됐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앞서 KBS는 세월호 침몰 초기 '전원 구조'됐다는 오보에도 '사과'가 아닌 '유감'을 표명했고, 선내 시신이 '엉켜있다'고 자막을 내보내는 등 논란을 잇따라 자초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KBS 막내 기자들의 반성글에 대해 네티즌들은 대체로 지지의사를 보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현장에서 얼마나 회의감 들었을까. 이제 기자라고, 깨끗하고 투명한 보도하겠다는 언론인의 자부심을 가지고 KBS라는 큰 방송국에 입사했을텐데"라며 "그래도 아직 언론인의 자부심을 잊지 않은 당신들이 멋있다"고 격려했다.
다른 네티즌 역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텐데 언론인의 역할을 해내는 용감한 기자들 덕분에 이 나라에 희망이 보인다"고 응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