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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빈자리는 커지고 '홀로 남지는 않을까'…힘겹기만 한 가족들

사건/사고

    [세월호 참사]빈자리는 커지고 '홀로 남지는 않을까'…힘겹기만 한 가족들

    자원봉사자 부스도 하나둘씩 철수…서러울 정도로 허전한 체육관

    진도군 실내체육관에 떠난 가족들의 빈자리가 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우리 애기 반엔 우리 애만 남았어요. 말 잘 듣던 아이였는데 왜 마지막에 이렇게 속을 썩이는지…"

    진도 실내체육관 내 가족상황실 앞을 서성이던 한 어머니는 '행여 자신이 마지막에 남지는 않을까' 눈을 질끈 감았다.

    세월호 침몰 사고 25일째인 10일, 오전까지 실종자 수는 29명. 진도항과 진도 실내체육관에는 각각 30여명의 실종자 가족들만 남아 있다.

    화장실 갈 때마다 몇 분 씩 기다리고 밥 먹을 때도 자원봉사자 부스에 자리가 없어 일부러 식사 때를 피해 줄을 설 정도로 가족들로 가득 찼던 체육관이었다.

    그러나 자녀를 찾은 가족들이 진도를 떠나면서 체육관에는 빈자리가 눈에 띄게 늘었다.

    남은 가족들은 단 30초 만에 금방 눈으로 쉽게 셀 수 있을 정도가 돼버렸다.

    "내 아이는 살아있을거야"라는 불안한 믿음부터 "오늘은 나오겠지"하는 간절한 바람까지, 사고 발생 뒤 약 한 달 동안 희망 고문에 시달린 탓에 지칠대로 지친 가족들은 모두가 떠난 뒤 홀로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전남 진도군 임회면 남동리 진도항 등대에서 실종자 가족이 통곡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실종자 가족 수가 두 자리수로 줄어들면서 북적이던 자원봉사자들도 하나 둘씩 진도를 떠나고 있다.

    특히 전날 밤과 이날 오전 사이 일부 자원봉사자 부스는 종적을 감췄다.

    정문, 후문, 옆문 할 것 없이 체육관 주위를 빽빽하게 둘러쌌던 자원봉사자 부스가 보이지 않자 이제는 체육관 안과 밖 구분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구호품 봉지가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슬리퍼를 끄는 힘없는 발소리도 멀리까지 울릴 만큼,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이 빠져나간 공간은 서러울 정도로 허전했다.{RELNEWS:right}

    풍랑특보가 내려져 바람이 제법 세찬데도 계속 밖에만 나와 있는 한 아버지는 "사람도 점점 빠지고, 빈 자리는 늘어만 가는 게 눈에 자꾸 보이니까 안에 있으면 힘만 빠진다"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칠대로 지쳐서 이제 울 힘도 없다는 또다른 아버지도 "나는 물론이고 마지막에 한 사람만 남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힘든데 그것까지 어떻게 감당하겠냐…"며 담배를 꺼내물었다.

    체육관의 빈자리가 늘어갈수록 남은 가족들의 '참을 수 없는 기다림과 불안감'만이 퀭해진 체육관의 정적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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