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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김승현 "첫 시즌과 아시안게임 기억에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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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는 김승현 "첫 시즌과 아시안게임 기억에 남아"

    2000년대 초반 KBL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천재 가드' 김승현이 정든 코트를 떠난다 (자료사진/KBL 제공)

     

    2001년 여름 어느 날, 당시 대구 동양 오리온스 구단의 한 관계자는 자신이 지켜봤던 프로 팀과 동국대의 연습경기를 잊지 못한다. 동국대의 작은 가드 한 명이 움직일 때마다 프로 선수 5명이 혼비백산하는 모습을 봤다. 패스의 수준이 다르다고 느꼈다. "저 선수가 프로에 오면 어떻게 될까?", 혼자 상상에 빠졌다.

    김승현(36)이 프로에 등장해 리그 판도를 바꿔놓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프로스포츠 사상 최다 기록인 32연패라는 수식어가 한창 붙어있었던 오리온스. 김승현이 입단하고 1년 만에 팬들은 오리온스를 챔피언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김승현은 데뷔 첫 시즌에 정규리그 평균 12.2점, 8.0어시스트, 4.0리바운드, 3.2스틸을 기록했다. 178cm의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선수들이 판을 치는 프로 무대에서 51.2%라는 놀라운 야투 성공률도 뽐냈다.

    대가는 달콤했다. 프로농구 사상 데뷔 첫 해에 신인왕은 물론이고 정규리그 MVP까지 석권한 선수는 김승현 밖에 없다.

    김승현은 득점 없이도 코트를 지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선수였다. 자신의 득점은 중요하지 않았다(그렇다고 득점이 적지도 않았다). 나머지 4명을 무시무시한 스코어러로 만들어줄 수 있는 재능이 있었다.

    2002년 부산에서 개최된 아시안게임, 패색이 짙던 중국과의 결승전 막판. 득점이 아닌 상대의 맥을 끊는 스틸과 팀 분위기를 살리는 어시스트로 대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선수가 바로 김승현이었다.

    15일 현역 은퇴를 선언한 김승현은 그 시절을 잊지 못한다.

    김승현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내가 가장 잘했던 시즌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데뷔 첫 시즌을 뜻했다. 이어 "중국을 꺾고 우승했던 아시안게임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또 개인적으로 득점과 어시스트에서 평균 두자리수를 기록한 시즌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김승현은 2004-2005시즌 53경기에서 평균 13.7점, 10.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프로농구 역사상 득점과 어시스트로 시즌 '더블더블'을 달성한 선수는 김승현이 유일하다. 아니, 한 시즌 평균 두자리수 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 자체가 김승현 한 명 밖에 없다.

    김승현 뿐만 아니라 국내 농구 팬들도 그 시절을 잊지 못한다. 김승현의 데뷔 당시 이상민을 앞세운 대전 현대(전신)와 전주 KCC(현재)가 전국구 구단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 홈 경기는 물론이고 그가 가는 곳마다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이 대열에 합류한 것이 바로 김승현의 오리온스였다.

    김승현은 2006년 이후 고질적인 허리 부상 탓에 전성기 시절 기량을 빠르게 잊어갔다. 이후 이면계약 파문으로 인해 한동안 코트를 떠나야 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도 김승현이라는 이름은 농구 팬들에게 설렘을 주는 존재였다. 김승현이 오리온스를 떠나 서울 삼성 유니폼을 입고 641일 만에 코트에 복귀한 지난 20011년 12월, 팬들은 김승현 특유의 패스가 나올 때마다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김승현은 삼성으로부터 재계약 통보를 받지 못했다. 다른 구단을 알아볼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내려놓아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며 고심 끝에 은퇴를 결정했다. 앞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선진 농구를 접하며 지도자를 꿈꾸겠다는 계획이다.

    전성기가 너무 짧고 굵었다. 그래서 농구 팬들에게는 더욱 그립고 애틋한 선수로 기억될 것 같다.

    김승현은 "그동안 시합을 많이 못 뛰어 아쉬움이 있었다. 분명 잘할 수 있었을텐데, 선수는 시합을 뛰면서 모든 게 설명되는 것인데 그런 부분에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 다시 농구를 할 수 있게 해준 삼성에게는 너무 감사하고 또 죄송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승현은 통산 470경기, 평균 출전시간 30분27초, 평균 10.5점, 6.9어시스트, 3.0리바운드, 1.95스틸이라는 기록을 남긴 채 프로농구 무대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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