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님을 위한 행진곡')
1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5·18 민중항쟁 추모식에 참석한 유족들은 오월의 노래 '님을 위한 행진곡'을 뜨겁게 불렀다.
국가보훈처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18기념식 식순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한 가운데 부른 유족들의 노래는 유달리 구슬프게 들렸다.
이날 추모식에는 유족과 5·18 민주유공자 유족회, 5·18 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등 5월 단체 회원과 시민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주시장 선거에 나선 강운태·이용섭 무소속 후보와 윤장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정동영 선거대책위원장, 박혜자·강기정·장병완·임내현 의원 등 정치권 인사도 대거 참석했다.
오재일 5·18기념행사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추모사에서 "5·18 민중항쟁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부정하려는 행태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퇴행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다시 살리기 위해 우리 생활 속에서 5·18민중항쟁의 정신을 구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정춘식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도 "5·18에 대한 악의적인 왜곡과 폄훼가 아직도 남아있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5·18기념곡 지정촉구 결의안'이 채택됐지만 정부는 채택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회장은 "노래 한곡 자유롭게 부를 수 없는 나라, 목숨 앞에서도 돈을 셈하고 있는 사회,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하는 정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국가가 진정 민주, 복지 국가인지 자꾸 묻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모식을 마친 유족과 시민은 오월 영령의 명복을 빌며 헌화했다.
일부 유족은 모역을 찾아 가족의 묘에 술을 따르거나 영정을 쓰다듬으며 억울한 죽음을 회고했다.
세월호 참사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기 위해 전야제를 취소하는 등 전반적인 추모 행사가 축소됐지만, 이날 5·18민주묘지에는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