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국무총리 내정자가 22일 오후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평생을 부패 척결에만 헌신해온 안대희 전 대법관, 전 대검 중수부장이 세월호 참사 국면을 헤쳐나갈 국무총리로 지명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청렴 검사의 대명사처럼 인식되어온 안대희 전 대법관을 정홍원 총리 후임으로 내정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공직사회의 적폐를 척결하고, 대한민국의 국가개조를 추진하기 위해 새 국무총리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잘못된 관행, 이른바 적폐 때문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음을 안 내정자 발탁 배경에서 여실히 보여줬다.
인명경시 풍조와 배금주의, 물질주의 숭상에 극도의 개인주의- 나만 더 잘살고 잘 먹고, 더 오래 살고, 더 멋지게 보이기 위한 -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허위의식' 때문이라는 인식은 한 번도 세월호 참사 원인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오직 부정부패와 적폐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는 것 같다.
■ 집권 1기 준공안통치→ 2기는 사정통치로 전환집권 1년의 국정운영의 방점이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 해결 등 준공안 통치에 치중했다면 집권 2기의 내각은 적폐와 부정부패 척결, 비정상의 정상화에 맞추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른바 사정(司正)정국을 통해 국정을 다잡겠다는 포석이다.
검찰과 경찰, 감사원, 국세청, 금감원 등 정부의 모든 사정 기관들을 총동원해 전방위로 부정부패를 파헤쳐 단죄하고, 공직기강을 세우겠다는 의지를 내외에 과시한 것이다.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내각과 여의도 정치권, 국민에게 던지는 화두도 적폐와 부정부패 척결이었다.
안대희 새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날 소감발표에서 “초임 검사 때부터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평생을 살아왔다. 제게 국무총리를 맡긴 것은 수십 년 적폐를 일소하라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간 관행으로 불려왔던 비정상적 행태들을 뿌리까지 제거하지 못한다면 젊은 세대들은 그런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과 처음 대면하는 국무총리 후보자의 소감이라기보다는 검찰총장의 취임 일성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적폐와 부정부패 척결에 방점을 찍더라도 대한민국의 국무총리의 업무란 부패 척결만 있는 게 아닌데도, 그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뜻에 충실하려 했다.
■ 부패 척결은 총리 업무의 극히 일부다부정부패 척결은 검찰 등 사정기관의 업무이지, 세월호 참사 난국을 책임지고 타개해야 할 국무총리가 혼신의 노력을 기울어야 하는 국정의 전부는 아니다.
국방과 외교, 안보, 경제, 민생, 안전, 치안, 문화, 예술, 체육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넓은 국정의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총괄하는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 자리가 총리다.
또한 세월호 참사로 말미암아 눈물로 지새우는 유가족 뿐만 아니라 슬픔과 분노에 잠겨 있는 국민의 먹먹한 가슴을 어루만져야 하는 역할도 총리의 몫이다.
현재 사고 해역에서는 구조수색작업이 진행중이며 16명 실종자들의 유가족들은 신임 총리 후보자로부터 구조와 수색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발언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 검사 출신 변호사, "그는 좁은 사람이다"새정치민주연합의 민병두 의원은 22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인사청문회를 하면서 검사 출신들이 세상을 굉장히 좁게 살고 경험했구나 하는 한계를 많이 느꼈다”면서 “검사 출신들은 경제 문제랄지 외교, 안보, 통일 문제 같은 것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를 아는 검사 출신 변호사 여러 명은 “좁은 소견을 넘어 협량(狹量)한 사람”이라는 평을 거침없이 한다.
이런 기준에 비춰 보면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첫 일성은 검찰총장이나 대검 중수부장의 소감과 다름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한 중견 변호사는 “안 총리 내정자의 소감문을 들으니 부패 척결에 나선 검찰총장의 발언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법조계에서는 대한민국의 검찰총장이 한 명 더 탄생했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온다.
■ 현직 검사, "검찰총장만 4명이다"
정부 직제상의 검찰총장은 김진태 총장 한 명이지만 검찰총장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김진태 총장 위에 총장(옥상옥)이 3명이나 더 생겼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도 부족해 안대희 전 대검중수부장까지 검찰총장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으니까 넓게 보면 검찰총장만 3+1이다.
세월호의 사실상 선주인 유병언 전 세모회장 일가의 비리 수사에서 보듯이 김기춘 실장과 홍경식 수석은 검찰의 업무에 수시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한 검사는 검찰총장만 4명으로 늘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그런 말이 나올 수 밖에 없게 됐다”고 인정했다.
공교롭게도 4명 모두 고향이 경남인 PK 출신들로 김영삼 정권 시절 잘 나갔던 검사들이었다.
안 총리 후보자는 90년대 중반 김영삼 정권 시절 대검중부수 1,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 1·2·3부장을 거쳐 노무현 정부 시절 대검중수부장을 역임하며 2002년 대선자금을 비롯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수사를 지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