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그룹 계열사들이 대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빠져나갔다. 규제 대상 기업이 1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은 내부거래 자체를 줄이기보다 계열사간 합병이나 사업조정을 통해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거나 대주주 일가 지분율을 낮추는 방식 등으로 규제를 피했다.
3일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49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고 전년과 비교 가능한 37개 그룹 1천171개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현황을 조사한 결과 105개(9%)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의 규제 대상 117개와 비교해 12개(10%) 줄어든 수치다.
관련 기사
삼성에버랜드 등 사업부문 조정에 따른 실적이 2013년도 공시에 반영되지 않은 곳까지 포함하면 실제 공정위의 규제망을 벗어난 회사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 발효된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대기업 그룹이 대주주 일가 지분을 줄이거나 사업조정 등의 방법으로 일감 규제(위법행위 조사 및 제재) 대상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규제 대상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그룹 중 대주주 일가 지분이 상장 30%(비상장 20%)를 초과하는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다.
이중 GS그룹의 규제 대상 계열사가 전년 13개에서 지난해 10개로 3개나 줄었다.
GS그룹은 방계인 승산이 2012년 기준 공정위 감시 대상이던 승산레저와 에스티에스로지스틱스를 합병하며 규제 기업 수를 줄였다. 두 회사는 GS 오너일가의 미성년 형제가 각각 35%와 100%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엔씨타스도 내부거래 비중을 38%에서 8%로 줄이며 규제망을 벗어났다.
SK도 규제 대상을 4개에서 2개로 감축했다. SK텔레시스의 대주주일가 지분율이 40.8%에서 18.8%로 낮아졌고, SK디앤디는 지분율이 38.8%로 변동이 없었으나 내부거래 비율이 24.2%에서 6.9%로 감소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삼성은 대주주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율이 45% 이상이던 삼성SNS가 삼성SDS에 합병되며 규제 계열사가 1개 줄었다.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으로부터 1조원대 규모의 패션사업을 넘겨받고 에스원에 건물관리 사업을 양도하는 등의 사업 조정을 실시했지만 지난해 공시에 반영되지 않아 추후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삼성석유화학 역시 삼성종합화학에 흡수돼 사실상 삼성은 일감 규제 대상 기업이 없게 된다.
현대백화점은 유일하게 규제 대상이 되던 현대그린푸드의 대주주 일가 지분율을 30.5%에서 29.9%로 아슬아슬하게 낮추며 공정위의 감시 대상이 되는 계열사를 없앴다.
동국제강과 한라는 DK유엔씨(30%)와 한라I&C(33.3%)의 대주주 일가 지분율을 모두 처분하며 규제망을 벗어났다.
이 외에도 부영(규제 대상 기업수 3곳), 세아(3곳), OCI(2곳), 미래에셋(2곳), 태영(1곳)도 각각 규제 대상 기업을 1곳씩 줄였다.
이들 대기업집단의 전체 내부거래 금액은 161조6천억원에서 158조4천억원으로 3조원 이상 줄었으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2.6%로 큰 변화가 없었다.
한편 공정위 일감 규제 대상 계열사 수가 가장 많은 곳은 GS, 대성, 태광으로 각각 10개의 기업이 감시 대상이다. 태광은 3개 회사의 합병으로 규제 대상 수를 줄였지만, 흥국생명의 내부거래 금액이 176억원에서 334억원으로 증가하며 실제 줄어든 기업 수가 1개에 그쳤다.
이어 9개의 규제 대상 기업을 둔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엠코가 현대엔지니어링에 합병되며 규제 대상 기업을 1곳 줄였다.
CJ그룹은 조이렌트카와 재산커뮤니케이션즈의 내부거래 비율이 각각 10%에서 12.1%, 9.6%에서 14.4%로 높아지며 규제 대상 기업이 2개 늘어난 6개가 됐다.
한국타이어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대주주 일가의 소유 지분이 발생한 엠케이테크놀로지를 포함해 5개, 효성은 대주주 지분이 늘어난 지주사가 규제 대상이 되며 5개로 공동 6위를 기록했다.
롯데, 신세계, 금호아시아나, 현대중공업 등은 조사 기간에 일감몰이 규제에 해당되는 기업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