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료사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서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승계작업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뚜렷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삼성에버랜드가 지난해 9월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을 1조5천억원에 인수하겠다고 결정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삼성에버랜드가 내년 1분기 중 상장하겠다고 3일 전격 발표하기까지 9개월간 삼성그룹은 물밑에서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박차를 가해왔다.
삼성에버랜드의 상장 계획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기 전인 지난 4월 이미 그룹 수뇌부가 이 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추진은 삼성에버랜드의 기업 가치를 높여 결국 3세 경영에 힘을 실어주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업조정으로 몸집을 키워 상장하면 자연히 기업 가치가 올라 최대주주인 3세들에게 돌아가는 재원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삼성에버랜드는 작년 9월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인수 결정 이후 건물관리사업을 에스원에 매각하고 급식과 식자재 유통사업을 분리해 삼성웰스토리를 신설하는 사업 조정을 끝냈다.
삼성에버랜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25.10%) 등 총수 일가 지분율이 45.56%에 달해 계열사와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 규제 및 과세 대상이었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외식 및 건물관리 사업을 떼어내고 패션사업부문을 인수함으로써 공정거래법상 문제되는 군더더기를 덜어냈다.
◈ 삼성SDS 연내 상장시 이재용 부회장 1조3천억 지분가치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인수를 발표한 지 나흘 뒤에는 삼성SDS가 삼성SNS를 흡수합병했다.
당시 삼성SNS는 이 부회장 지분율이 45.7%로 높은 편이었고 내부거래 비율도 55.6%에 달했으나 삼성SDS와의 합병으로 오너 일가 지분이 19.1%로 낮아져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의 짐을 벗었다.
올 들어서는 지난 3월 삼성SDI가 소재사업만 남은 제일모직을 합병함으로써 삼성SDI-제일모직-삼성전기-삼성테크윈-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내 전자사업 수직계열화는 더욱 깔끔하고 단단하게 각이 잡혔다.
이어 사흘 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합병한다는 결정으로 사업 재편 범위를 전자에서 중화학으로까지 지경을 넓혔다.
지난달 8일에는 상장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던 삼성SDS가 연내 상장을 공식화하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편 사업은 더욱 날개를 다는 모습이었다.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은 11.25%로 이 회장 일가 중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으며 삼성SNS 합병으로 지분 비중은 작년 초 8.81%에서 2.44% 포인트 높아졌다.
이 부회장이 가진 주식을 현재 장외가격인 주당 14만원대로 계산해도 지분 평가액이 1조2천800억 원 대에 달한다.
삼성SDS는 1999년 초 230억원 상당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액면가로 발행하면서 당시 이재용 상무에게 주당 7천150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줌으로써 이 부회장이 약 50배에 달하는 차익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다음은 삼성그룹의 또 다른 축인 건설부문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을 남겨두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장내에서 꾸준히 사들이기 시작해 현재 지분율을 7.81%까지 확대해 2대 주주로 자리매김해 놓아 삼성의 사업조정은 아직 진행중인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추진 일지
▼ 2013년
7.31 =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매수 시작
9.23 = 삼성에버랜드,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인수 결정
9.27 = 삼성SDS, 삼성SNS 흡수합병 결정
11.4 = 에스원, 삼성에버랜드 건물관리사업 인수 결정
삼성에버랜드, 급식 및 식자재 사업 분리해 삼성웰스토리 설립
12.31 =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2대 주주(지분율 7.81%) 확보
▼ 2014년
3.31 = 삼성SDI-제일모직 합병 발표
4.2 = 삼성종합화학-삼성석유화학 합병 발표
5.8 = 삼성SDS, 연내 유가증권시장 상장 공식화
6.3 = 삼성에버랜드, 내년 1분기 중 상장 발표
? =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 합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