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노조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KBS 보도 개입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의 해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장영주 CP(책임프로듀서)가 길환영 사장이 시사프로그램 제작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 보직 사퇴에 동참한 '추척 60분'의 책임프로듀서 장영주 CP는 3일 밤 9시 56분 사내 전자게시판에 "저도 전 보도국장처럼 파렴치한 짓을 하고자 합니다"라며 "사장님이 강할 때는 찍소리 못하고 따르다가 사장님이 사면초가에 몰린 약자가 되자 바로 등에 칼을 대는 비열한 짓을 하고자 합니다"라는 글을 적었다.
이어 장 CP는 글을 통해 '심야토론'을 책임 프로듀서로 와서 아이템과 출연자를 마음대로 정하지 못했고, 정권에 부담 없는 이슈를 선정하고, 사장의 직접적인 개입의 결과 야당이 이익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그동안 KBS본부가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했던 김동우 아나운서의 'TV쇼 진품명품' MC 선정에 대한 배경도 폭로했다. 김동우 아나운서를 MC로 시켜주는 대가로 청와대에 끈이 생겼다는 관계자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며 당장 김동우 아나운서를 하차시키라고 한 것.
아울러 장 CP는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행정소송에서 담당 변호사가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했지만, 사장이 반대해서 소송이 무산됐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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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KBS본부는 "글이 올라간 지 1시간 정도 지난 시점에 법무팀이 일방적으로 삭제를 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장영주 CP의 글 전문사장님께 드립니다.
사건이 벌어지고 가장 두려웠던 것은 KBS가 김재철의 MBC처럼 되어갈 가능성이었습니다.
서서히 그 두려움이 현실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사회가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 한 우리 KBS는 서서히 나락으로 추락하고 말 것입니다. 속절없이 이사들의 선의지에 모든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시겠지만 저는 공정방송위원회 사측간사였으며 한때 심야토론의 책임프로듀서였고 현재 추적60분 책임프로듀서이었다가 보직사퇴를 한 상태입니다. 저는 김시곤 전보도국장의 느닷없는 폭로에 분노했던 사람입니다. 자신의 잘못으로 KBS가 위기에 처하자 느닷없이 사장의 권력유착을 폭로하고 자신은 빠지더군요. 저는 지금도 사장께서 청와대 앞길에서 국민에게 약속했던 것처럼 김시곤 전보도국장을 KBS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김시곤의 폭로만은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험에 비추어 ‘그 정도 밖에 없었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저도 전보도국장처럼 파렴치한 짓을 하고자 합니다. 사장님이 강할 때는 찍소리 못하고 따르다가 사장님이 사면초가에 몰린 약자가 되자 바로 등에 칼을 대는 비열한 짓을 하고자 합니다. 사장님께서 언젠가 김인규사장께 저를 칭찬하신 적이 있으셨죠. 그때 속으로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 호의에 언젠가 보답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호의를 배신으로 갚을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이것은 KBS가 김재철의 mbc가 되지 않게 하고, 사장님께서 조금의 명예라도 가지신 채 KBS를 떠나게 해드리고 싶은 충정 때문입니다. 누가 저를 욕하든, 제게 침을 뱉든 감수하겠습니다. 저의 주장에 대한 어떤 책임도 피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입증자료가 요구되면 제시하겠습니다. 모두 제가 겪은 일들입니다.
1. 심야토론 개입
제가 심야토론의 책임프로듀서로 오고 난 이후 저는 놀랐습니다. 아이템이고 출연자고 프로듀서가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고 일일이 보고하고 기다렸다가 정하더군요. 책임프로듀서인 저도 맥없이 기다려야 했습니다. 어디에선가 컨펌을 받은 토론주제는 우리가 하고자한 것이 아닐 경우가 많았습니다. 1안이 좌절될 경우에 대비해 2안, 3안까지 준비했습니다.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 핫이슈 대신 정권에 부담없을 다른 이슈를 선정하면서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출연자의 선정에도 통제가 들어왔습니다. 그 개입의 결과로 미묘한 이익을 얻는 곳이 야당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심야토론의 시청률은 바닥을 헤매고 토론은 교묘히 형평을 잃도록 유도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매우 놀랐습니다. 여론조작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심지어 야당이 왜 이런 토론에 응하는 지가 궁금할 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유지될 바에야 더 이상 죄를 짓지 않도록 심야토론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 지시가 내려왔던 그곳이 어딘지 단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로 본관6층이었습니다. 사장님이었습니다. 제가 심야토론의 책임프로듀서를 맡고 있던 작년 초 세 달 동안 단 한 번도 예외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당시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었던 일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습니다.
2. 진품명품 김동우 아나운서 건
저는 진품명품 프로그램에 갑자기 김동우 아나운서가 들어오고 공방위가 열렸을 때 정말 순진하게 생각했습니다. 아나운서 실장께서 한 개편 텀은 해야 한다고 공방위 답변자료를 보내왔을 때 올 3월 봄 개편만 되면 그나마 해결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올해 초 봄 개편이 다가오는데 공방위에서는 사측위원장 이하 그 누구도 김동우 아나운서를 MC에서 내리겠다는 말을 못하고 노조의 교체 주장에 수세적으로 방어하느라 급급했습니다. 누구의 지시로 이렇게 된 것입니까? 진품명품 관련PD, 국장, 심지어 본부장까지 자르지 않았던가요. 그러고는 결국 진품명품은 외주 프로그램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의 한 당사자는 사장께서 이 건으로 청와대에 끈을 대는 일에 성공했다고 제게 문자를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그 발언의 진위는 알 수 없지만 공방위 사측간사였던 저로서는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PD사회를 엉망으로 만들었던 진품명품 MC건, 그 책임은 누구인가요? 단 한사람 사장님이십니다. 김시곤 전국장이 말한 ‘청와대만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란 증거를 제발 대 주십시오. 그리고 지금이라도 김동우 아나운서를 잘라 주십시오.
3. 추적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행정소송 건
1,2심 법원에서 간첩혐의가 무죄판결이 났고, 담당 변호사가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했던 행정소송건, 행정심판이라도 갔으면 해서 모든 준비를 다 했습니다. 방대한 소송자료를 다 작성했었습니다. 그러나 사장님이 반대하셔서 결국 무산되었습니다. 이후 누가 사장의 재가를 받지 못해 무산되었다는 발언을 했느냐를 가지고 그 발설자 색출에 나서기까지 했습니다. 법무실장이 누구를 보호해달라고 저에게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행정심판이나 소송으로 가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KBS가 잘못된 보도를 했다는 것으로 공식화되는데 그 KBS의 손해를 감수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KBS의 손해를 감수하고 얻을 반대급부는 무엇인지 지금도 알지 못하겠습니다. 사실 이 정도의 건은 비일비재 했기에 예로 올리고 싶지도 않을 정도입니다만....
저는 안타까웠습니다. 누구보다도 사장님이 잘되기를 바랐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직후 사장의 입지가 위태롭다는 이야기도 들렸습니다. 그때는 정권에 잘 보여야 임기가 보장되기에 초반에는 어쩔 수 없겠다고 이해하려 했습니다. 사장의 지위가 탄탄해지면 공영방송 수장으로 정치적 독립을 지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럴 의지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이 나가셨습니다. 이제 돌이키기는 완전히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권력지향적 성향을 늘 드러내다 갑자기 모든 책임을 사장께 떠넘기는 보도 간부가 얼마나 얄미웠을지 다 짐작이 갑니다. KBS의 보도본부, 줄곧 권력을 추구하던 기자들로 인해 온갖 의원들 다 배출하다 청와대 대변인까지 배출했습니다. 9시 뉴스 앵커하던 보도간부가 좀 지나면 국회의원으로 버젓이 다시 9시뉴스에 등장해 왔습니다. 저도 그런 권력지향적인 자들이 밉습니다. 그러나 사장님의 잘못은 그런 개인적 일탈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공영방송의 최고 수장께서 공영방송 전체를 특정 세력에 헌납하려 한 것이나 다를 바 없으니까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공영방송의 존재의의를 정면으로 훼손한 것으로 이미 드러났습니다. 보도에서만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제작부문에서도 그런 사례가 늘 있어왔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드리려 이 글을 쓴 것입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이제 신변정리를 하시고 명예로운 퇴진을 결심 해 주십시오. 이사회의 의결과 관계없이 자존심을 지켜주십시오. 혼자서 결정할 수 없다는 말씀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전에 사장께서 보좌했던 서동구 사장은 별다른 잘못이 없었는데도 며칠 버티지 않고 훌훌 자리를 던지지 않았던가요? 지금 상황에 보도국에서 누가 부장자리를 넘겨받으려 할까요? 부장 팀장이 없는데 뉴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반기를 든 기자 수백명을 모두 해고 시키시겠습니까? 불가능합니다. 싸움이 길어지면 모두 망합니다. 만신창이가 될 KBS를 구할 사람 역시 길환영사장님 당신뿐입니다. 사장님의 용단을 부탁드립니다. 이제 정말 어쩔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