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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로 출신 총리 후보의 위험한 신앙관

    [노컷 시론]

    문창극 발언 파문 영상 (KBS 영상 캡처)

     

    별다른 흠결이 발견되지 않아 통과가 무난할 것 같았던 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의 인준에 빨간불이 켜졌다. 수 년 전 자신이 섬기는 교회에서 행한 몇 건의 특강에서 뱉은 망언이 언론에 잇따라 공개되면서다.

    파장은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걷잡을 수 없는 불길로 확산되고 있다. 대중은 그에 대해 세 번 놀란다.

    우선 그가 개신교 장로라는 점이다. 4대 째 믿는 가정에서 자랐다는 문 내정자다. 그러나 언론계는 물론 그의 최근 직장에서조차 그가 교인이라는 사실을 대부분 모르고 있다. 명색 장로란 자가 수십 년 동안 자신의 정체를 감쪽같이 숨겨온 거다.

    다음, 특강 동영상에 나타난 그의 모습. 평소 보이는 온화하고 단정한 모습과 생판 다르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아니 그가 내뱉는 이른바 특강 내용이란 건 비속하고 저열하며, 왜곡되거나 거짓 증거 일색이다. 이 역시 그의 평소 언변과 정반대다.

    더 고약한 건 발언이 저주로 점철돼 있는 점이다. 중간에 인용되는 ‘하나님’ 빼고는 욕설에 가깝다. 게다가 시종 반말이다.

    그는 총리 후보 이전에 교회 장로다. 장로의 직분은 무언가! elder 또는 presbiteros로 불리는 장로는 교회 중직(重職)이다. 교회 최고 의결기구인 당회의 치리위원이다. 목회자와 합력하여 교회 행정과 권징 업무를 집행하기도 한다. 매사 조심, 또 자중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우리 민족에게 게으른 DNA가 있다”는 망발로 민족의 열등성을 내세웠고, ‘스스로 조작한 사대주의’ ‘무구한 민초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회중을 겁박했다.

    총리란 직책은 또 어떤가. 그가 일인지하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이라는 구시대적 사고에 함몰된 자가 아니라면, 만인지하(萬人之下)의 미덕을 지닌 자라야 한다. 그런 인물은, 그가 폄훼한 조선시대에도 더러 있었고, 성경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구약의 요셉이나 다니엘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여호와로부터 소명 받은 총리의 직분에 충실했다.

    직분이란 건 비교적 간단했다. 민초의 삶을 영적으로 섬기고, 병자를 문병하며, 가난한 자와 나그네를 돌보는 거다. 사도 바울의 표현을 빌린다면 ‘우는 자들과 함께 울어야’(롬 12:15)한다.

    그런데 문 내정자는 성노예 피해와 관련 우는 이(성노예 피해할머니)를 두 번 울렸다. 또 제주 4·3항쟁을 “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한 반란”이라 규정, 사건 피해자를 부관참시(剖棺斬屍)했다.

    다시 말한다. 총리의 직분도 중하지만, 장로의 직분은 더욱 중하다. 하물며 총리가 되고자하는 장로다. 그런데 우려스럽다. 평생 인삼 뿌리만 씹어온 그가 과연 ‘만인지하’의 직분을 성실히 감당할 수 있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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