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가 수도 바그다드 턱밑까지 진격한 가운데 미국이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이라크 중앙정부 관할 지역 중 30%를 장악한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는 12일(현지시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90㎞ 떨어진 둘루이야 마을까지 진격했다.
ISIL은 지난 10일 이라크 제2도시 모술에 이어 이튿날 사담 후세인의 고향 티그리트까지 장악하며 파죽지세로 남진(南進)하고 있다.
ISIL 대변인인 아부 무함마드 알아드나니는 “우리는 바그다드까지 진격해 해묵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면서 시아파 성지인 남부의 카르발라와 나자프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이라크에 거점을 둔 ISIL은 이라크는 물론이고 시리아를 중심으로 레바논과 요르단, 팔레스타인 등 지중해 동부 연안에 이르는 광활한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약 1만 2천명의 전투원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의회에 비상사태 선포를 요청했으나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되자 시아파 민병대와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했다.
이에 따라 시아파 성직자인 알사드르가 3천 명 규모의 민병대를 조직해 바그다드 북부로 보내기로 했다고 이라크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정부(KRG)는 이 틈을 타 중앙정부와 관할권을 놓고 다투던 유전지대 키르쿠크를 장악했다.
키르쿠크의 나즘 알딘 주지사는 “정부군이 키르쿠크에서 철수했으며 KRG의 군 조직인 페쉬메르가가 ISIL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키르쿠크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들은 벌써부터 이라크의 분할 가능성을 짚고 나섰다.
AP통신은 “이라크가 수니파와 시아파, 쿠르드족 지역으로 분할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고, 로이터통신은 “ISIL의 갑작스러운 진격이 이라크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으며 어쩌면 중동 전체의 지도를 다시 그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급해진 미국은 군사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라크는 분명히 위급 상황”이라며 “국가안보팀이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군사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포함해 모든 옵션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무인기(드론) 공습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 미국은 국가안보 이익이 위협받을 경우 군사행동을 할 준비도 돼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상군 투입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도 “이라크 지원을 위한 여러 방안을 연구하고 있지만, 지상군을 보내는 것이 검토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