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출의 족쇄가 풀린 일본 방위산업이 거침없이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방위산업의 해외시장 개척과 방위장비 공동개발을 위한 일본 민관의 행보는 가히 전방위적이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양상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5일(현지시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수중 경계 감시에 사용되는 무인 잠수기 등 방위장비의 공동개발 협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그는 또 지난 4월7일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의 회담에서 잠수함 관련 기술에 대한 공동연구에 착수키로 했다. 여기에 더해 일본 정부는 전차 공동개발을 목표로 독일과 당국간 협의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지지통신이 지난 7일 보도했다.
또 개별 기업들의 경우 미쓰비시(三菱)전기가 영국 방산회사 MBDA와 공대공 미사일의 정확도를 높이는 장치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고, IHI도 미국, 유럽의 군수품 제조회사와 미사일 관련 장치 개발 협의에 착수했다.
더불어 스미토모(住友)정밀공업과 KYB 등도 전투기 착륙시의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 생산을 놓고 미국 록히드마틴과 협의를 시작했다.
또 미쓰비시 중공업은 세계 최대 미사일 제조업체인 미국의 레이시온사와의 라이센스 계약에 따라 생산해온 미사일용 고성능 센서를 미국에 수출할 방침이다.
더불어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교외에서 개막한 무기·방위장비·재해설비 국제 전시회인 '유로 사토리'에 가와사키(川崎)중공업, 히타치(日立), 미쓰비시(三菱)중공업, NEC, 도시바(東芝), 후지쓰(富士通) 등 13개 기업이 참가했다. 세계적인 규모의 이 전시회에 처음 참가한 일본 기업들은 임시로 다리를 설치할 수 있는 민군 공용의 특수 차량을 비롯해 지뢰탐지기, 기상관측 레이더, 야간용 렌즈, 구명구, 전차 엔진용 패널, 공대공 소형 표적기용 패널 등을 선보였다.
이런 사례들은 모두 지난 4월1일, 아베 내각이 무기와 관련기술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온 '무기수출 3원칙'을 전면 개정, '방위장비이전 3원칙'을 만든 뒤 수면 위로 올라온 일들이다. 무기 수출을 통해 방위산업을 육성하고 국제 무기 공동개발 참여를 통해 자국 안보 강화를 꾀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한 뒤 본격화한 움직임이다.
일본 방위산업의 해외진출 모색은 경제와 군사 양면에 걸쳐 의미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무기수출 3원칙의 족쇄에 묶여 있는 동안 일본 방위산업은 자위대용 장비 개발 위주로 발전해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내 방위산업 규모는 연간 약 1조5천억 엔(약 15조원)으로 수십조 엔(수백조원) 규모의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이 미미했다. 기술력은 세계수준이지만 무기수출 3원칙의 족쇄가 큰 장벽이었다. 일례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쓰비시, 가와사키 등이 만드는 잠수함, 수송기 등을 구입하기 원하는 국가들이 있지만, 일본은 무기수출 3원칙 때문에 그동안은 민간 화물기로 전환해야 팔 수 있었다.
결국, 최근 일본 정부와 방산업계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보면 무기수출 3원칙 해제를 통해 무기 수출의 문을 열어 방위산업을 신(新)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데 아베 정권과 일본 산업계의 이해가 일치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또 일본의 군사력 강화 측면에서도 외국과의 방위산업 협력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해외의 무기 판매처를 확보하고 국제적인 무기 공동개발에 동참하면 무기 양산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지금보다 적은 비용으로 필요한 무기체계를 갖출 수 있게 된다.
NHK는 17일 일본 방위성이 방위장비의 국산화를 추진한다는 종전 방침 대신 '방위장비 이전 3원칙' 하에서 정부 주도로 적극적으로 국제 공동개발에 참여하는 등 내용의 새 전략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국내기술로 자위대가 요구하는 성능과 납품 일정을 맞출 수 있는 장비는 국내개발을 기본으로 하되, 국내기술의 향상과 생산비용 저감 등 면에서 장점이 있는 경우 국제공동개발을 검토한다는 것이 새 전략의 골자다.
또 외국과의 방위산업 협력을 통해 일본의 독자적인 무기 개발 역량이 상승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