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단이 선출됐는데 상임위 구성이 안 되니 모양새가 참 안 좋다. 말씀을 들어보니 국감 날짜 때문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 전화로 양당 원내대표 협의 결과 (국감 시작일은) 26일쯤이 좋겠다. (정의화 국회의장)"
세월호 참사 발생 두달 째, 여야 모두 정쟁으로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는 우려 속에 17일 정의화 국회의장까지 나서 여야의 최대 쟁점인 국정감사 시점에 대한 중재안을 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정치권은 "세월호 사건이 터진 4월 16일 이전과 이후가 전혀 다를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이 마저도 '거짓말'로 귀결됐다.
◈ 말로는 "관피아 척결", 현실은 관련 법안 줄줄이 계류 중여야는 세월호 사건이 터지자 한 목소리로 안전 관련 입법을 마련하고 관피아 척결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말(言)' 말고 정치권에서 한 일은 '정쟁' 뿐이다.
여야가 대립하는 부분은 아이러니하게도 세월호다.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가 가동되기 전부터 기관보고 시기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협상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고, 이에 밀려 원 구성도 하지 못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세월호 후속조치를 위한 법안들은 줄줄이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협조를 요청한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무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을 비롯해'유병언법(범죄은닉재산환수강화법안)', '안대희법(전관예우 금지 및 공직자 취업제한 강화법안)',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10여건의 관련 대책 법안이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는 상황이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을 하고 있는 모습. 17일 회동에는 이 원내대표가 참석하지 않았다. 윤창원기자
◈ 국회의장 나서도 소용 없는 '사생결단' 與野새누리당 이완구·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주례회동을 갖고 다시 한 번 원 구성 등에 대한 일괄타결을 시도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오히려 국정감사 시점까지 '돌발 변수'로 등장해 싸움을 더 키웠다.
이에 정 의장까지 나서 17일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와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와 회동을 했다. 정 의장은 새누리당이 국감 시작일로 제시한 23일과 새정치연합이 제시한 29일의 중간쯤인 25~26일쯤 국감을 시작하자고 제시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측에서 반발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국감 분리실시에 따른 9월 국감에서의 중복감사 방지와 무분별한 증인 채택 등을 방지하기 위한 국감 실시 전 관련 법률과 규칙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다시 한 번 양당 원내대표를 불러 중재를 시도하려고 했지만, 새누리당 측이26일쯤에 국감을 시작해야 한다는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의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국가대개조' 실현을 위한 첫 걸음인 원 구성은 이날도 완료되지 못했다.
◈ 국정조사는 더욱 '삐걱' … 與野 7.30재보선에만 '혈안'
더욱 심각한 것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출범한 세월호 국정조사도 여야의 힘겨루기로 제대로 된 일 한 번 못해 볼 처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국조특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예비조사팀 구성을 의결했지만, 여전히 최대 쟁점인 기관보고 시기에 대해 공방만 벌인 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특위가 가동된 지 10일도 더 넘었지만 여야의 활동은 진도항 방문이 유일하다. 이외의 시간은 모두 기관보고 시점을 두고 협상을 하는데 할애해 시간 낭비만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여야 모두 7.30 재·보궐선거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유리한지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어서다. 새누리당은 재보선 악영향을 우려해 빨리 기관보고를 받고 해치우자고 주장하고 있고, 새정치연합은 선거 즈음에 기관보고를 받아 정부 책임론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심산이다.
이에 대해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여야 모두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마저도 7.30 재보선을 연결시켜 손익계산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 싸우기만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원점으로 돌아가 제대로 된 국가개조 방침을 내놓지 못하면 7.30 민심은 더욱 험악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NEWS:right}
그러면서 최 교수는 "정부가 국가대개조를 위해 내놓은 것이 관피아 개혁이었는데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며 흐지부지했고, 여당도 이에 대한 공론을 형성해 시민사회가 동참하는 분위기를 진작시켜야 하는데 정부 조직개편에만 매몰됐다. 야당도 이에 대한 아젠다 등 대안을 제시해야하는데 역시 선거에만 관심을 쏟고 있어 여당 지지자 중 이탈한 표를 흡수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