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월드컵 챔피언 스페인이 2014 브라질월드컵 대회에서 2경기 만에 짐을 싸야 할 처지가 됐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제공)
2경기, 180분, 1골, 7실점
2010 남아공월드컵 챔피언이자 유로 2012를 제패한 '무적함대' 스페인 축구 대표팀이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첫 2경기에서 남긴 성적표다.
스페인은 대회 B조 1차전에서 네덜란드를 상대로 먼저 1골을 넣고도 1-5 역전패를 당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디펜딩 챔피언'의 충격적인 패배를 두고 월드컵 역사상 가장 큰 이변 중 하나라며 놀라워했다.
그럴만도 했다. 스페인이 월드컵 경기에서 4골 이상을 허용한 것은 브라질에게 1-6으로 졌던 1950년 이후 무려 64년 만에 처음이었다. 또한 월드컵 무대에서 전 대회 우승팀이 이처럼 큰 스코어로 패한 적은 없었다.
스페인은 충격적인 첫 패배에도 "남아공 대회에서도 첫 경기에서 졌지만 결국 우승했다"며 자신감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스페인은 19일(한국시간) 칠레와의 B조 2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0-2로 완패하며 2연패를 당했다. 네덜란드와 칠레가 나란히 2연승을 질주하면서 스페인은 호주와 함께 조별리그 탈락이 결정됐다.
'티키타카'의 몰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페인은 중원에서 짧고 정교한 패스를 쉴 새 없이 주고받으며 볼 점유율을 높이고 상대의 빈틈을 노리는 축구로 유명하다.
그러나 네덜란드가 '티키타카'의 해법을 보여줬다. 네덜란드는 스리백을 세워 수비벽을 두텁게 했고 중원에 많은 선수를 배치해 스페인의 미드필더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또한 걸출한 공격수들을 앞세워 빠른 역습을 단행해 스페인을 뒤흔들었다.
또한 스페인의 몰락에 있어 세대교체 실패가 그 이유 중 하나라는 지적도 있다.
유로 2008부터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 그리고 올해 브라질월드컵까지 7년 동안 개최된 네 차례 굵직굵직한 국제대회에서 대표팀 한솥밥을 먹은 선수가 무려 10명이나 된다.
조직력은 탄탄했지만 변화가 부족했다. 상대가 스페인의 축구에 적응해가는 것과 달리 정체된 스쿼드는 상대의 적응력에 대한 대응력을 떨어뜨렸다.
라울 알비올의 경우 유로 2008에서 주축 멤버로 활약했지만 이후 줄곧 벤치를 지켰고 페페 레이나는 4번의 대회에 모두 나섰지만 경기 출전은 단 한 번에 불과했다.
게다가 브라질 출신의 디에고 코스타를 긴급히 귀화시켜 대표팀에 합류시켰지만 스트라이커 부재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넣었을 뿐이다.
또한 오랜 기간 스페인의 골문을 지킨 수문장 카시야스의 몰락도 스페인을 더욱 침울하게 만들었다. 카시야스는 2경기에서 무려 7실점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