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의 간판 스타 알렉스 송이 19일 브라질월드컵 크로아티아와의 조별리그 경기 도중 상대 선수를 팔꿈치로 가격했다. 주심이 송을 향해 레드카드를 꺼내보이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제공)
2014 브라질월드컵을 향한 카메룬 축구 대표팀의 여정이 '막장'으로 시작해 '막장'으로 끝났다.
카메룬 대표팀 선수단은 월드컵 개막 직전까지 포상금 문제 때문에 정부와 충돌했다. 무려 나흘동안 '밀당'을 했다. 브라질로 출국하기로 한 당일 비행기에 오르기를 거부했고 협상 타결 후 12시간이 지나 겨우 브라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브라질 도착이 늦었다. 브라질 출국 거부 해프닝으로 인해 선수들은 스스로 컨디션 조절이나 훈련에 악영향을 받아야 했다.
카메룬은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대회 조별리그 A조 첫 경기에서 멕시코에게 0-1로 패했다. 만약 심판이 도스 산토스의 2골을 오프사이드라고 착각하지 않고 제대로 판정했다면 점수차는 더 컸을 것이다. 그야말로 졸전이었다.
19일 브라질 마나우스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2차전은 벼랑 끝 승부였다. 같은 A조에 속한 브라질과 멕시코가 나란히 1승1무를 기록한 가운데 1패씩을 기록 중인 두 팀 중 패한 팀은 자동으로 탈락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는 장면이 나왔다.
전반 40분, 크로아티아가 수비 진영에서 역습에 나설 때 드리블을 하는 마리오 만주키치를 카메룬의 알렉스 송이 뒤쫓았다. 둘은 어깨 싸움을 벌였는데 과격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송이 만주키치의 등을 팔꿈치로 가격했다.
WWE 혹은 격투기 무대에서나 나올법한 '플라잉 엘보우 어택'에 가까운 황당한 반칙이었다.
심판은 그 장면을 정확히 목격했다. 거침없이 달려와 송에게 레드카드를 들이밀었다. 당시 카메룬은 0-1로 지고 있었다. 카메룬의 폴커 핑케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더 이상 희망이 없었다.
결국 카메룬은 크로아티아에 0-4로 완패, 2연패를 당하며 B조 스페인, 호주에 이어 대회 세 번째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송의 반칙이 결정적인 악영향을 끼쳤다. 독일과의 경기에서 토마스 뮐러에게 박치기를 하고 퇴장당한 페페의 돌발 행동이 포르투갈에 끼친 악영향과 비슷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심하다. 포르투갈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지만 카메룬의 기회는 사라졌다.
송은 스페인의 FC바르셀로나 소속이다. 스페인의 탈락 소식을 접하고 바르셀로나로 돌아갈 동료들과 한 비행기를 타고 싶어서 그랬을까. 축구 팬들은 돌발적이었던 송의 팔꿈치 가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경기 막판에는 카메룬 선수들끼리 다툼을 벌이고 다른 동료가 다가와 그들을 말리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카메룬작 '막장 드라마'는 황당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