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베테랑 골키퍼 카시야스. 이번 월드컵 무대에서 '지는 별'이 되고 말았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제공)
'무적함대' 스페인의 대몰락이었다. 최근 수년 동안 세계 축구를 호령해왔던 왕자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스페인은 19일(한국 시각)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 '2014 브라질 월드컵' B조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0-2로 패퇴했다.
네덜란드와 1차전 1-5 충격적인 대패까지 2연패를 당한 스페인은 16강이 좌절됐다. 지난 2010년 남아공 대회 우승팀의 탈락이었다. 유로 2008, 2012까지 3개 연속 메이저대회를 제패했던 스페인의 쓸쓸한 퇴장이다.
스페인 주장이자 주전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33, 레알 마드리드)도 패배를 받아들였다. 그는 지난 1차전 5실점에 이어 이날도 2점을 내줬다.
카시야스는 경기 후 자국 TV '텔레신코'와 인터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사람들에게 사과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최초 책임을 지는 것도, 또 가장 마음 아파하고 있는 것도 우리 대표팀"이라면서 "가능한 한 좋은 형태로 대회를 끝내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거센 세대 교체 요구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카시야스는 "운이 따르지 않고, 컨디션도 좋지 않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서 "그것이 월드컵"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대표팀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훌륭했던 일들만이 마음에 남는다"면서 "세대 교체에 대해서는 오늘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에둘러 말했다.
하지만 네덜란드전 충격패의 여파와 함께 세월의 무상함은 인정했다. 카시야스는 "어렵지만 충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1차전 충격에서 회복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렇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4년 전에는 좋은 위치에 있었으나 지금은 부정적으로 돼 버렸다"고 한탄했다.
스페인은 오는 24일 호주와 B조 최종전을 치른다. 호주도 2연패를 기록 중이나 이날 네덜란드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2-3으로 져 스페인이 승리를 장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