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유럽중앙은행(ECB)에 미국식 양적완화 실행을 강력히 촉구하는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IMF 평가보고서 초안을 인용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이날 유로 재무장관 회동에서 IMF의 유로 경제 연례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이같이 압박할 것이라고 전했다.
FT는 IMF 관계자들이 앞서도 ECB에 '과감한 조치'를 거듭 압박했으나 ECB가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으로는 처음으로 마이너스 예치 금리를 채택하는 등 일련의 추가 조처를 한 지 불과 2주 만에 압박이 가해진다는 점을 주목했다.
IMF의 이례적인 압박은 유로 경기를 진단하는 권위 있는 역내 기관이 '유로 침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내용을 골자로 최신 전문가 분석 결과를 공개한 것과 때를 같이한다.
FT가 입수한 IMF 평가 보고서 초안은 "유럽연합(EU)이 유로 경제 회생 발판을 구축했다"면서도 "역내 부채와 실업률이 여전히 너무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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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견고한 성장 기조로 되돌아가는 것이 방해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초안은 ECB가 이달 초 통화정책회의에서 마이너스 예치 금리를 포함해 일련의 추가 조처를 했으나 "이것 역시 부족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로 인플레가 계속 너무 낮은 수준을 보이면 ECB가 (미국과 영국 및 일본 중앙은행처럼) 대규모로 유로 국채를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그렇게 하면 시장 신뢰가 회복되고 기업과 가계의 재정이 개선되면서 은행 여신도 촉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FT는 IMF가 이전에도 ECB에 미국식 양적완화를 권고했으나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조처를 한 지 2주 만에 이처럼 압박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IMF는 지난달 낸 독일 경제 평가 보고서에서도 "독일이 역내 내수를 강화해 유로 성장을 촉진하라"고 압박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유로 경제가 침체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했다는 역내 경제 전문가들의 새로운 진단이 나왔다고 전했다.
NYT는 '유로판 NABE(전미실물경제협회)'로 불리는 런던 소재 유럽경제정책연구소(CEPR) 산하 경제학자들이 '유로 침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초 이후에도 유로 경제가 지속적인 저성장과 여전히 높은 실업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유로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를 포함한 역내 여러 나라가 여전히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유로 성장이 분기 지표 기준으로는 '기술적 침체'에서 벗어났는지 모르지만 "저 성장세 지속과 11.7%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을 고려하면 얘기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또 최신 유로 인플레도 연율 기준 0.5%로, 여전히 ECB 목표치인 2%에 크게 못 미친다고 덧붙였다.
한편, 도이체방크의 안슈 자인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베를린 회동 연설 후 질의응답에서 ECB가 양적완화를 실행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같은 효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CB 방안은 결코 미국의 양적완화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없는 원천적 한계가 있다"면서 한 예로 연준은 양적완화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시장을 직접 겨냥할 수 있지만 ECB는 은행 여신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한계라고 설명했다.
자인은 "은행간 여신 신뢰가 매우 낮고 여신 수요 역시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ECB로서는 할 만큼 했다고 본다"면서 "이제는 공이 ECB로부터 (유로 국) 정부들로 넘어가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