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외국인 노동 단속을 우려한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탈출' 러시로 태국 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
캄보디아 당국과 언론에 따르면 18일까지 태국에서 일하다 캄보디아로 귀국한 노동자들은 22만 명을 넘었다.
이 때문에 태국 건설업, 농업, 어업 등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주로 종사하던 업종에서 노동력 부족에 따른 애로가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시위 사태 이후 큰 어려움을 겪었던 태국 경제가 가까스로 회복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터진 이번 돌발 사태로 또다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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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근교 산업지역인 촌부리 주 당국은 주 내 등록된 외국인 노동자 9만여 명 가운데 캄보디아인이 4만여 명이라고 밝혔다.
촌부리 주 관계자는 이번에 캄보디아로 귀국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미등록 불법 노동자들이나, 이들의 귀국 때문에 농업, 어업, 건설, 관광 등 여러 산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콕 동남부 라용 지역 상공회의소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코사멧섬에서 일하던 캄보디아 노동자 500여 명이 귀국하는 바람에 관광, 요식업계가 큰 애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라용 농장업자들은 일당 300 바트(약 9천200원)로 고용하던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떠나는 바람에 일당 500바트를 주고 태국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태국 노동자들의 노동 숙련도가 떨어져 수확한 농작물의 품질과 판매 가격이 하락했다고 호소했다.
태국콘도미니엄협회는 건설업 노동자의 80% 이상이 캄보디아와 미얀마 출신이고 방콕 건설현장에만 이주 노동자 30만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로 여러 현장에서 공사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티라차이 푸와낫나라누발라 전 재무장관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가뜩이나 침체한 태국 경제에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이탈이 결정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며, 이들을 되돌아오게 하려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태는 군정 당국인 국가평화질서회의(NCPO)가 지난주 외국인 불법 노동과, 이와 관련한 인신매매, 강제노동 등 인권침해 행위를 단속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서 시작됐다.
NCPO는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대거 귀국하자 불법 외국인노동자들을 단속하는 것은 아니라며, 단지 인신매매 등 인권침해 행위를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동남아시아에서 단기간에 이처럼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이동하기는 처음이다.
태국 노동부는 등록된 외국인 노동자가 230여만 명, 불법 입국 노동자가 약 80만 명이라고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태국 내 외국인 노동자가 이보다 훨씬 많은 500만여 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도 내놓고 있다.
태국에는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들보다 미얀마 출신 노동자들이 훨씬 많으나 미얀마 노동자들의 대거 귀국 사태는 이번에 발생하지 않았다.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급거 귀국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진영과 캄보디아의 관계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탁신 전 총리는 훈 센 캄보디아 총리와 절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친탁신 진영 지도자는 캄보디아에 망명해 쿠데타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캄보디아 노동자들은 친탁신 정권을 몰아낸 군부의 불법 노동 단속이 특히 캄보디아 노동자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우려해 급히 귀국했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태국 노동부는 갑작스러운 노동력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인력에 여유가 있는 기업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빈 일자리로 이동시키겠다고 밝혔으나 이 조치가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