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가 법외노조로 판결 나면서 교육부는 학교 현장에서 '전교조 지우기'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하지만 진보 성향 교육감 당선인들이 전교조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전교조와 정부 측의 대립이 격화할 전망이다.
◈ 학교에서 밀어내려는 교육부 vs 버티려는 전교조
김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소송' 1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교조는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해 합법노조 지위를 잃었다. (사진=윤성호 기자)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반정우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하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법원은 전교조 측이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유지하는 것은 관련법에 어긋나며, 해당 법과 시행령은 헌법에 위배되거나 위임 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외노조란 노조 관련법이 요구하는 조건을 갖추지 못해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조를 말한다.
1999년 7월, 전교조는 창립 10년 만에 합법화됐지만, 다시 15년 만에 법외노조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이처럼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확정되면서 교육부는 즉각 전교조를 겨냥한 후속조치에 나섰다.
교육부는 이날 각 시·도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전교조의 전임자에 대한 휴직 허가를 취소하고 7월 3일까지 복직하도록 했다.
아울러 교육부는 각 시·도 교육청에서 전교조와 진행 중인 단체교섭을 중지하고, 체결된 단체협약도 지난해 10월 24일 이후부터 노조 효력이 상실된 것으로 간주해 즉시 해지를 통보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교육부가 지원했던 전교조 사무실도 퇴거하도록 조치하고, 전교조가 조합원에게 걷어온 조합비 원천징수도 다음 달부터 금지할 방침이다.
김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 소송' 1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교조는 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해 합법노조 지위를 잃었다. (사진=윤성호 기자)
이런 가운데 전교조 역시 "사법부가 또다시 정권의 시녀로 타락했다"고 비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은 선고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나라 집권자의 권력남용이 무지막지하게 작용하면 민주주의가 얼마만큼 후퇴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판결"이라며 맹비난했다.
전교조는 곧바로 2심 재판부에 '노조 아님' 통보 가처분 신청을 내고 다음 주에 항소하는 한편, 법외노조 저지 투쟁과 함께 교원노조법, 노조법 개정 투쟁을 진행하겠다는 각오다.
◈ 진보교육감 13명, 전교조 '방패'로 나설 듯정부와 전교조의 갈등은 지난해 노동부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라고 통보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하지만 지난 4일 치러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는 바람에 정부의 전교조 옥죄기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 당선인 중 상당수는 법외노조 판결과는 별개로 전교조의 지위를 존중하겠다고 나서면서 판세가 바뀐 셈이다.
우선 전임자 복직 여부는 '교사의 복무에 관한 사항'에 속해 교육감에게 권한이 위임돼 있기 때문에 교육감이 전임자 복직 조치를 거부할 수 있다.
또 교육부의 다른 조치들에 대해서도 전교조를 교원단체로 해석할 경우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진보 성향 교육감 당선인의 입장이다.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인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 당선인은 "전교조가 법외 노조가 되더라도 교원단체임은 변함이 없기에 존중하고 파트너십을 발휘해 나가겠다"며 교육부의 조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사무실 퇴거 조치의 경우 "임의단체라도 교원단체로 지원할 수 있다"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노조가 아니지만 지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단체교섭이 무효화해도 교원단체로서 대화하고 약속하면 법적 효력이 없어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지키면 된다"면서 "조합비 문제 역시 일반 친목회비도 학교에서 징수하도록 협조하는 만큼 개별 학교 판단에 따라 협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해직자 가입을 허용하면 '법외노조'가 된다는 고용노동부의 통보와 관련해 24일 오전 영등포 전교조본부 기자회견에서 이를 '반노동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무기한 단식농성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영등포 본부 사무실. (사진=황진환 기자)
이에 대해 교육부는 일부 교육감들이 교육부의 관련 조치에 불응한다면 교원 복무에 관한 처분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 고발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단체교섭 중지와 사무실 퇴거, 보조금 회수 등의 사안은 시·도 교육청이 지시를 따르지 않아도 교육부가 이를 법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일단 교육부는 "전교조가 법상 노조가 아닌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으로 후속조치를 하는 것"이라며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후속 조치가 원활히 이행될 수 있도록 오는 23일 시·도교육청 교육국장 회의를 열겠다"며 "시·도교육청의 이행 현황을 지속적으로 지도, 점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전교조의 극렬한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진보 성향 교육감이 취임하기 전에 관련 조치를 최대한 이행해 두려는 모양새다.
결국 진보 교육감과 전교조를 상대로 정부가 강공 일변도로 나설 경우 한동안 교육 현장에 혼란이 빚어질까 우려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