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4강 진출을 이끈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제공)
카림 벤제마가 때린 회심의 슈팅에는 프랑스 축구의 자존심과 희망이 걸려있었다. 그러나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오른손 만을 뻗어 막아낸 마누엘 노이어에게는 '4강 본능'이 내재돼 있었다.
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독일과 프랑스의 8강전.
전반 13분 마츠 후멜스의 선제골로 만든 1-0 리드를 유지하던 독일에게 후반 추가시간 위기가 찾아왔다. 경기 내내 침묵하던 프랑스의 스트라이커 벤제마가 독일의 페널티지역 깊숙한 곳으로 파고든 것이다.
벤제마는 왼발로 강하게 슈팅을 시도했다. 골을 넣을 수 있는 각도가 크지는 않았지만 벤제마는 온두라스와의 조별리그 경기 때 비슷한 상황에서 골을 터뜨린 바 있어 자신감 있게 때렸다.
공은 골문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지만 때마침 그 자리에 독일의 골키퍼 노이어가 서있었다. 노이어는 오른손을 뻗었고 공은 노이어의 손을 맞고 밖으로 튕겨나갔다. 조금이라도 반응 속도가 느렸다면 여지없이 골이 될만한 장면이었다.
프랑스의 희망을 꺾고 독일을 4회 연속 월드컵 4강 무대에 올려놓은 눈부신 선방이었다.
의미가 큰 장면이었지만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기도 했다. 노이어는 그 당시 어떤 심정이었을까.
노이어는 경기 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건 단지 반사적으로 나온 행동이었다. 몸이 반응했다. 본능적으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고 벤제마의 마지막 슈팅을 막은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노이어는 "수비수들이 위치를 잘 잡고 있었다. 나는 가까운 골대 쪽으로 붙어 각을 좁혔을 뿐이다. 만약 그 공이 들어갔다면 그건 골키퍼의 실수였을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가정일 뿐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수비수를 탓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엿보인다. 그래서 더 위대한 노이어다. 경기 후 SNS에서는 "노이어가 이번 대회 최고의 골키퍼"라는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찬사가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