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퍼거슨 미국 과학자협회(FAS) 회장은 6일(현지시간) "북한이 실험용 경수로(ELWR)를 조만간 완공하면 매년 5∼6개의 핵폭탄을 만들 능력을 추가로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년 세계 핵무기 보유 현황을 펴내는 퍼거슨 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영변 핵단지 내 실험용 경수로를 완공하면 매년 30∼40㎏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퍼거슨 회장은 "북한은 이미 핵무기 5∼6개 분량에 해당하는 30㎏ 이상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5 MW(메가와트)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해 매년 1개 정도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며 "실험용 경수로가 조만간 완공되면 이를 계기로 북한의 핵무기 제조능력은 급속히 증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험용 경수로에서 매년 5∼6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30∼40㎏의 플루토늄이 생산될 것"이라며 "몇년 안에 파키스탄이나 인도의 핵무기 개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35 MW급으로 추정되는 실험용 경수로는 이미 내부 공사가 마무리되고 시험가동에 들어간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퍼거슨 회장은 "이것이 북한 핵 문제를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이유"라며 "유감스럽게도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을 비롯한 중동문제에만 관심의 초점을 맞춘 채 북한 핵 문제에는 아예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퍼거슨 회장은 특히 "한국으로서는 큰 좌절감을 주는 대목"이라며 "한국은 얼마나 오랫동안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그대로 방치할 것이냐고 말하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나토 회원국들이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미국의 강력한 핵 우산 제공 약속으로 인해 핵무기를 개발할 잠재적 능력이 있는데도 이를 추구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한국은 이제 미국이 이란과 시리아, 중동평화협상,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너무나 많은 현안에 매몰돼있고 북핵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데 대해 실망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의 정치적 지도력, 그리고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의 움직임에 따라 한국의 의사결정권자들이 기술진에게 핵무기 개발을 승인하지는 않더라도 핵무기 개발을 모색하는 일정 시점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으로 북핵 해법과 관련해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좀 더 창의적 사고로 북핵 문제의 초점과 틀을 새로 짤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핵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안보문제를 비롯해 북한이 주장하는 모든 우려 사항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다시 대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을 절대로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서는 안 되며 남북이 이미 1991년 합의했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기초로 대화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주장하는 안보적 우려들을 먼저 다루고 비핵화를 추후 논의하는 식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북한이 영변 이외의 장소에서 고농축 우라늄(HEU)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고농축 우라늄 생산에 필수적인 원심분리 시설은 은폐가 용이하고 플루토늄 재처리와는 달리 신호를 추적하기 쉽지 않다"며 "특히 원심분리 시설은 창고나 산업단지의 건물에 들어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퍼거슨 회장은 "북한이 주변국들에 정치적 신호를 보내려고 올 여름께 4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으로 본다"며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실험을 하거나 소형화된 핵무기를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발사하는 실험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퍼거슨 회장은 한국이 추구하는 사용 후 핵연료 농축 및 재처리 권한 인정과 관련해 "한국이 개발 중인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방식인 파이로 프로세싱은 핵 확산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며 "순수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일본의 퓨렉스 공법과는 달리 파이로 프로세싱은 플루토늄을 완전히 분리하지 않은 혼합물을 추출하기 때문에 핵무기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