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의 핵심 에너지기업과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추가 제재를 가하고 유럽은 처음으로 러시아 기업 제재에 착수하면서 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주요 은행과 에너지·방위 산업체가 미국 금융 시장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제재안을 발표했다.
제재 대상은 러시아 주요 에너지 기업인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티와 민간가스회사 노바텍, 러시아 핵심 금융기관인 국영은행 VEB와 가스프롬뱅크다.
휴대용 무기와 박격포, 탱크 등을 생산하는 8개 무기 생산 업체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또 푸틴의 조언자인 이고르 셰골레프, 세르게이 네베로프 러시아 하원 부의장, 분리주의 세력 지도자인 알렉산드르 보로다이, 연방보안국(FSB) 직원인 세르게이 베세다 등 개인 4명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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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러시아인과 러시아 기업에 대한 여행 금지와 자산 동결과 비교하면 매우 확대된 조치지만, 러시아 경제의 핵심 부문을 완전히 차단하는 데까지 미치지는 않았다고 AP통신은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의 행동이 러시아 경제를 무너뜨리고 외교적인 고립을 초래한다는 것을 러시아 지도부가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을 방문 중인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이번 제재는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를 완전히 막다른 곳으로 몰고 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미국과 미국민에게도 손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대사를 지낸 스티븐 피퍼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위원은 "러시아의 핵심 에너지 기업과 금융 기관을 대상으로 한 심각한 제재"라며 이번 미국의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EU도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에 책임이 있는 러시아 기업 명단을 작성하는 등 러시아 추가 제재에 나서기로 했다.
EU 28개 회원국 정상들은 회의 뒤 발표한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 독립을 침해하거나 위협하는 기업 등을 제재하기로 결의했다.
크림 합병에 책임이 있거나 우크라이나 동부 상황을 불안하게 만든 러시아 의사결정자들에게 물질적·재정적 지원을 하는 개인과 단체가 제재 대상이다.
EU 회원국 외무장관은 이달 말까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개인과 기업 등을 선정하기로 했다.
정상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긴장 완화를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의) 불법 무장 단체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국경에서 무기와 무장 병력의 이동을 통제하라"고 다시 한 번 촉구했다.
EU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 기업을 직접적인 목표로 삼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러시아의 신흥재벌인 '올리가르히'와 러시아 대통령궁 인사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EU 정상들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과 유럽투자은행(EIB)의 러시아 신규 투자도 중단하기로 했다.
EBRD는 냉전 종식 이후 러시아에서 총 790개 사업에 240억 유로(약 33조4천600억원)를 지원했으며 EIB는 2003년 이후 러시아에 16억 유로를 빌려줬다.
러시아와 긴밀한 경제 관계를 맺은 EU 회원국들은 그동안 러시아 기업에 대해 제재 여지를 넓힌 신규 제재안에 대해 반대해 왔다.
EU는 이미 2단계 제재를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세력 인사 72명과 크림의 2개 에너지 기업에 대해 자산을 동결하고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제재는 우크라이나 사태해결을 위해 충분한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