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엄마부대봉사과 탈북여성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세월호 특별법의 내용이 부적절하다며 제정 반대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박종민 기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정치권이 장기간 대치하면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갈등과 분열양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보수단체인 이른바 엄마부대 봉사단 회원들은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가족 단식농성장' 앞에서 유가족을 비난하며 항의성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세월호 희생자들이 유공자도 아닌데 의사자 지정이나 대학 특례는 안된다"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이들은 유가족을 향해 "누가 배타고 놀러가라 했느냐", "죽은 아이들이 의사자냐"는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앞서 어버이연합 회원 30여명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유가족들을 비난하며 단식농성장에 난입하려다 경찰의 제지로 무산되기도 했다.
일베저장소에는 세월호 희생자 추모 노란리본을 가위로 훼손한 뒤 이를 인증샷으로 찍어 올린 글이 올라와 공분을 사고 있다.
이들의 행동과 주장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어린 학생들이 희생된 것은 보수냐 진보냐의 이념 문제가 아니며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의 문제다.
자식들을 잃은 슬픔을 억누르며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유족들에게 슬픔을 나누고 아픔을 함께 하는 공감을 표시하지 못할망정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를 하는 것이 자칭 보수세력이 해야할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려스러운 일은 이것 만이 아니다.
국회 세월호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지난 18일 세월호 특별법에 반대하는 악성 메시지를 카카오톡을 통해 지인들에게 보낸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심 의원이 유포한 메시지 내용은 "수학여행을 가다가 개인 회사의 잘못으로 희생된 사건을 특별법으로 만들어 보상해 달라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마치 세월호 유가족들이 의사자 지정이나 생존학생들의 대학특례, 또는 무리한 보상금을 노리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것처럼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의 본질은 보상의 문제가 아니라 철저한 진상규명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엉뚱한 보상문제를 끌어들여 본질을 훼손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같은 메시지를 세월호 국회 국정조사를 이끌고 있는 위원장이 유포했다는 것은 '입법을 위한 여론 수렴용'이라는 변명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세월호를 둘러싼 이같은 갈등과 분열 양상은 정치권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합의하지 못한 채 시간을 끌면서 더욱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흘 뒤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백일이 된다.
여야 정치권은 더 이상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놓고 신경전을 펼치면서 국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지 말고 하루빨리 특별법 제정을 매듭짓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