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에 이어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정책대출상품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등 부동산 관련 금융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핵심은 '빚내서 집을 사기 더 쉽게 한다'는 것인데 가계 부채 문제를 악화시켜 우리 경제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은행들이 집값의 얼마까지는 담보로 인정해주는지를 의미하는 LTV(Loan to value ratio)를 지역과 금융업권에 상관없이 70%로 통일하겠다고 24일 밝혔다.
집을 담보로 빌려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때 매년 갚아야할 대출원금과 이자의 합이 연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DTI(Debt to income ratio) 역시 지역과 금융업권별 차이를 없애고 60%를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DTI를 산정할 때 적용되는 장래 연간 소득 산출방식도 바꿔 청장년층과 은퇴자가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를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저소득 무주택 서민을 대상으로 낮은 금리로 주택구입자금을 지원하는 디딤돌대출의 지원대상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는 부부합산 소득 6천만 원 이하 세대만 디딤돌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오는 9월부터는 부부합산 소득이 6천만 원이고 주택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기존 주택을 처분할 예정인 세대 역시 디딤돌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주택 담보 대출자들의 소득이나 담보(주택 등 자산) 등은 변함이 없는데 더 많은 빚을 내기 더 쉬워진 것이다.
◈전문가들 "가계 부채 악화 우려" 목소리전문가들은 부동산담보대출이 제2금융권에서 은행권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일부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이번 대책이 가계 부채 규모를 늘리고 가계 부채의 질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DTI 완화로 저소득층이 같은 담보(주택)로 이전보다 빚을 더 많이 빌릴 수 있게 돼 가계부채의 총량이 늘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가 은행권이 공격적으로 영업하는 과정에서 신용도나 상환능력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대출을 해주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회수가 어려운 이들에게 당장의 이자수익만을 고려해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해준다면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는 우리 경제 전체에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감독 당국이 이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DI국제정책대학원 유종일 교수도 "같은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영세자영업자들이 생계자금이나 사업자금을 추가로 대출받는 동인이 된다"며 "가처분 소득을 높이는 구체적인 방안 없이 대출 규제만 완화되면서 개인 빚만 늘려 가계 부채 문제는 심화시키고, 장기적으로 거시경제에도 악영향을 주는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공식 발표 전부터 금융권 안팎에서는 부동산 규제 완화가 가계 부채를 늘리고 부동산 담보 대출을 부실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정부는 만기 15년 이상 고정금리·비거치식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소득공제 한도를 1800만원까지 확대하고 만기 10년 이상 대출에 대해서는 300만원의 소득공제를 신규로 부여한다는 대책 등을 내놓는데 그쳤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도 "가계부채가 크게 늘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금융업권별 차등 폐지로 가계대출이 은행권으로 이동해 이자부담 경감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그러나 DTI 완화로 인해 저소득층이 생활비 대출 등을 늘려 가계부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채 "가계부채 구조개선 추이를 봐가며 DTI 규제를 지속적으로 정비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자료사진
◈중산층 투자용 부동산매입도 실수요자..효과는 '글쎄'정부는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와 함께 중산층 등 투자용 부동산 수요자를 부동산 시장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그림도 내놓았다.
주택청약제도에서 주택 수에 대해 감점(-5점)을 주는 항목을 삭제하고 청약예금에 가입한 사람이 주택규모를 변경할 경우 기간제한을 두는 현행 제도를 바꾸기로 했다.
부동산 투자이민제 투자대상에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미분양 주재건축 주택건설 규모제한을 완화하고 공공관리제와 재건축 안전진간기준 등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청약통장을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일원화하고 총 급여 7천만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에 대한 소득공제 대상한도를 현행 120만원에서 240만원까지 높이고, 총 급여가 7천만원을 넘는 무주택 세대주도 향후 3년 동안 연간 12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아울러 현재 주택수요(38만5천호)와 지난 5월 기준으로 미분양주택물량(4만9천호)을 감안해 올해 주택 물량이 적정 수준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인허가를 조절해 부동산 가격 회복도 노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가계자산의 80%가 부동산인 점을 감안할 때 '내수활성화 및 부동산 시장 정상화→가계건전성․소득증가→근본적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기대심리는 상승…부동산 경기 전망은 엇갈려
그러나 금융위의 기대와 달리 이번 부동산 규제 완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금융위가 전망한 긍정적인 효과는 사라지고 부작용만 낳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시장의 기대 수준이 낮기 때문에 당장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전망과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모두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 임진 연구위원은 "이번 규제 완화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심리를 높이는 데는 효과가 있겠지만 기대감을 높인다고 해서 당장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며 "과거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고통을 겪은 하우스푸어들이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매도할 가능성이 있어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LTV와 DTI 규제 완화로 은행 중심으로 더 많은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공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택 시장을 활성화하고 주택 가격을 높이는 가능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디딤돌대출 대상 확대 역시 싼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계층이 늘어나는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회복에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