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사진 오른쪽) 국가대표팀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 (사진/KBL 제공)
현대 농구에서 스피드는 필수다. 특급 빅맨을 활용한 포스트업 공격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수비 전술이 발전하면서 대응책 마련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국제농구연맹(FIBA) 개최 대회나 올림픽 등을 보면 세계 농구의 흐름은 2대2 공격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공격할 때나, 이를 막을 때나 스피드는 생명과도 같다.
유재학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이 빅맨들에게 스피드 강화를 주문하는 이유다.
단순히 빠르게 뛰고 움직이라는 내용이 아니다. 포지션이 센터인 선수라 하더라도 순간적으로 상대팀 가드와 매치업될 때가 있다. 현대 농구에서는 그 빈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때 상대에게 쉽게 뚫리지 않는 것이 최선, 만약 돌파를 허용하더라도 끝까지 따라가 견제할 수 있을 정도의 스피드와 스텝, 적극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높이로 승부를 보기 어려운 대표팀 입장에서 스피드를 활용한 외곽 압박은 필수다.
대표팀은 지난 5월 진천선수촌에서 합숙 훈련을 시작한 뒤 이같은 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했다. 가드와 빅맨이 매치업을 바꿔가며 1대1 공격과 수비를 하는 훈련이 계속 됐다. 가드가 빅맨을 상대로 돌파하는 것은 당연한 일. 상대를 얼마나 괴롭히느냐와 돌파 후 상황 대처를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이같은 훈련 결과 가장 눈에 띄게 발전한 선수가 바로 207cm의 장신 센터 김종규(창원 LG)다.
25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모비스 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농구 대표팀과 대만 국가대표팀의 친선경기.
최근 뉴질랜드 전지훈련에 이어 그동안 훈련한 성과를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김종규의 스피드는 단연 눈에 띄었다. 코트 중앙에서 '트랩(trap)' 수비를 펼칠 때 김종규는 빠른 판단력과 스피드로 상대 가드를 괴롭혔다. 가드와 매치업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돋보였다.
2쿼터 초반에는 자신이 직접 3점슛 라인 부근에서 상대 패스를 가로채 직접 속공 덩크로 연결하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높이와 스피드가 결합된 장면도 있었다. 김종규는 3쿼터 막판 대만의 속공 때 상대의 빠른 가드를 끝까지 쫓아가 레이업을 블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