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유병언 시신을 정밀 감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국과수는 "독극물 분석과 질식사, 지병, 외력에 의한 사망 여부 등을 분석했으나 부패가 심해 사망 원인을 판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종민기자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는 유병언씨가 맞지만 사인은 알수 없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가 발표됐다.
국과수는 시신 부패가 심해 사망원인을 판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국과수가 사인분석에 실패함에 따라 사망원인과 사망시점 등 유씨의 죽음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해소되지 못했다.
이 사건은 전 국민의 관심사였고 따라서 검찰과 경찰도 모든 역량을 동원해 수사를 벌여왔던 사건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유병언씨의 사인과 사망경과 시간은 미궁에 빠졌고 유병언 일가에 대한 수사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국과수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유씨의 사망과 관련한 각종 음모론과 의혹제기가 판을 치고 있다.
그만큼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렇게 된 데는 세월호 참사 발생당시 구조와 수색작업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이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또다시 반복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 초기부터 유씨에 대한 압박을 하면서도 신병확보 시점을 놓쳤다.
유씨의 도주 이후에도 검찰과 경찰의 서로 정보를 숨긴채 수사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유씨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발견됐는데도 신원확인을 게을리 해 40일 동안 사체를 놔둔채 유씨 검거에 헛된 수사력을 낭비했다.
또 유씨의 유류품 수색 과정에서 엉뚱한 안경을 갖고 유씨의 안경을 찾았다고 발표하는가 하면 유씨의 신발 브랜드도 '세탁가능'이라는 독일어를 잘못 읽어 '와시바'라는 브랜드로 공식발표하는 웃지못할 일까지 발생했다.
검찰은 유씨의 순천 별장을 수색하면서 경찰과 협조를 하지 않았고 결국 별장 은신처에 숨어있던 유씨를 검거하지 못했다.
또 유씨가 머물던 별장에서 돈가방을 찾은 사실을 경찰에는 알리지도 않았다.
국민적 관심사인 사건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모두 수사의 무능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수사공조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처간 장벽을 허물겠다고 공언했지만 오히려 과거 어느 정부 때보다도 장벽이 높아졌다.
경찰에서는 순천경찰서장과 전남경찰청장이 직위해제됐고 검찰에서는 인천지검장이 사표를 제출했지만 이들의 책임만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
아직도 세월호 참사나 유병언씨 일가와 관련해서는 수사해야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 앞서 신뢰회복이 우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경찰청장의 결심은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