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코끼리' 김응용 한화 감독.(자료사진=한화 이글스)
노장의 마음은 끝까지 불안했다. 가까스로 이기긴 했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9회말 마지막 아웃 카운트가 끝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김응용 한화 감독(73)은 31일 목동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과 경기에서 9-8 신승을 거뒀다. 최근 3연패를 끝낸 승리였다.
하지만 기분이 좋을 리만은 없었다. 리드를 잡았지만 끝까지 추격을 허용한 불안한 승리였기 때문이다. 4-0으로 앞서다 5회말 동점을 허용했고, 7회 6-4에서 6-5로 쫓긴 뒤 8회 9-5까지 달아나 이제는 안심하는 듯했다.
그러나 9회말 3점을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가까스로 1점 차로 이겨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기 승리 직후 김 감독은 화장실로 가 참았던 볼일을 마쳤다. 이후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면서 취재진에게 건넨 첫 마디가 "이게 야구가 아니야"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어 "정범모가 공수에서 잘 해줬고, 피에가 중요한 순간에 잘 쳐줬다"고 경기를 돌아보긴 했다. 하지만 더그아웃을 빠져나가면서 연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후 김 감독은 감독실에서 뒤늦은 저녁을 대충 해결했다. 제대로 밥이 넘어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