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자료사진
지난 2012년 대선 개입 사건에 휘말리면서 정치적 중립성에 타격을 입은 국가정보원이 국제사회로부터 제대로 망신을 당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이 "한국의 정보기관은 정보전에 실패했다"며 공개적인 충고를 던진 것이다. ICG는 분쟁 방지를 위해 전 세계의 안보 현황을 분석하는 비영리 국제기구다.
5일 ICG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국제사회에서 한국 정보기관의 위상이 어떠한지 여실히 드러난다. 국정원은 정보전 실패, 정보의 정치화, 국내정치 개입 등 3가지 병리현상에 취약하다는 것이 ICG의 진단이다.
시발점은 지난 2012년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주당은 국정원이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키기 위해 인터넷상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조직적으로 달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실제로 대선 개입 의혹의 정점에 서 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기소로 이어졌고, 이 사건으로 인해 국정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ICG는 지적했다.
하지만 국정원의 공신력을 회복하기 위한 개혁 조처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을 비롯해 여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 국정원 모두 국정원의 권력 축소를 우려해 개혁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물론, 야당을 주축으로 한 국정원 개혁 특별위원회가 남재준 전 국정원장과 함께 국정원 직원의 상시출입 금지 등 4가지 개혁 방안을 시행하기로 합의했지만, 이 역시 충분치 못하다는 것이 ICG의 판단이다.
국정원의 정보력 회복을 위해 ICG는 크게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국정원 직원의 상시출입을 금지하고, 국정원의 수사권을 검찰로 이관하며, 국정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준 과정을 거칠 것 등을 법률에 직접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RELNEWS:right}
이처럼 ICG가 국정원에 주목하는 이유는 북한과 대립하고 있는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다. 국정원이 국내정치에 휘둘리느라 부정확한 정보를 생산하게 되면 국제사회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한반도에는 주한미군 2만 8,500명이 주둔하고 있는 만큼 잘못된 정보로 인해 자칫 한·미와 북·중 간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또 북한 정권 붕괴에 따른 통일 등과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양질의 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ICG는 국정원이 더 이상 국내정치에 얽매이지 않고, 취약한 정보력을 바로잡아야만 이런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