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에볼라 바이러스 방역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
정부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서아프리카에서 들어온 사람들에 대해 일대일 추적 조사를 한다고 공언했지만, 검역당국의 실수로 누락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27일 사업 차 아프리카 라이베리아로 출국해 한 달 넘게 체류하다 지난 1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사업가 47살 A씨.
입국할 때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한 라이베리아에서 들어왔다는 사실을 건강상태질문서에 적시했다.
보건당국은 에볼라 출열혈 유행 지역인 서아프리카에서 들어온 사람들에 대해서는 증상이 없어도 에볼라 바이러스 잠복기인 21일 동안 매일 추적조사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지만 A씨에 대해 어떤 조치도 없었다.
사업가 A씨는 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입국 당시 신고서에 라이베리아 체류사실과 인적사항, 연락처 등을 분명히 적었지만, 별다른 절차 없이 공항을 무사통과했고, 이후에도 보건당국으로부터 증상을 문의하는 연락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A씨는 특히 귀국 이틀 뒤인 3일 부터 설사가 계속돼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인근 대형 병원을 찾아 피검사를 했지만 ‘염증이 없고 백혈구 수치가 정상이니 괜찮다’는 안이한 답변을 들었을 뿐이다.
“의사가 상황 자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단지 설사를 멈추게 하는 지사제 처방을 받았다”는 것이 A씨의 말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여부는 국립보건연구원 신경계 바이러스과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데, 보건 당국의 방역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만큼 제대로 된 검진이 이뤄지지 못한 셈이다.
A씨는 “자신과 함께 라이베리아에서 체류하다 같은 날 입국한 호주인 B씨에 대해서도 검역당국의 추적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일주일 전에 동료 C씨 역시 라이베리아에서 입국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에볼라바이러스의 검역을 담당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는 CBS의 보도 이전에 이런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물론 정부가 매일 추적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발표한 8명 중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CBS의 보도 이후 사실 관계를 알아본 결과, A씨 등이 라이베리아 체류 사실을 건강상태질문서에 적었지만, 자신들의 실수로 누락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A씨 등에 역학조사관을 보내 문진을 하고, 가검물 채취 등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여부를 조사할 것”이라며 "공항에서도 검역원을 기존의 출입국대가 아니라 입국 비행기 입구에 배치해 관찰 조사를 실시하는 등 검역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공언한 방역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민들이 정부의 에볼라 대책을 믿어야 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