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36일째를 맞은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가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세월호 유족들을 따뜻하게 위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떠난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고(故)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가 36일째 단식을 이어갔다.
김영오 씨는 이날 오후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거듭 촉구하며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다.
김 씨는 "우리 유가족과 무관한 교황도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다"며 "참사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이 유가족을 만난 횟수보다 짧은 방한 기간 교황이 유가족을 만난 횟수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께서 딸을 잃고 사선에 선 이 아비를 외면하지 말아 주실 것을 간절히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특히 김 씨는 "참사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결코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쓰러져 병원에 싣고 가도 눈 뜨면 다시 걸어 나올 것"이라며 "무조건 여기 남겠다. 여기에서 죽게 놔두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대로 단식했으면 쓰러졌을 것 아니냐'고 비아냥대는 사람들도 있다"며 단식 직전 입던 바지의 허리둘레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몸 상태를 공개하기도 했다.
김 씨의 주치의인 내과의사 이보라 씨는 "김 씨가 더이상 단식을 지속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애를 태웠다.
김 씨는 지난달 14일 단식을 시작했던 유족 15명 중 유일하게 단식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김 씨의 체중이 47kg으로 원래 체중보다 17%나 줄어들었고, 몸 안의 체지방은 물론 근육도 상당히 소진돼 앉아있을 때에도 지팡이 등에 몸을 의지해야 하는 상태다.
또 잇몸이 무너져 내리면서 출혈이 계속되는가 하면 두통과 어지러움에 시달리는 등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당장 단식을 멈추더라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라는 게 이보라 씨 설명이다.
이 씨는 "지금 이 분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의사인 제가 아니라 정부와 정치인"이라며 "제발 김 씨를 살려달라. 기아 상태인 김 씨를 치료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