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反)부패 사정을 총괄하고 있는 왕치산(王岐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상무위원(서열 6위) 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화법이 화제가 되고 있다.
왕치산 서기는 지난 25일 최고 국정 자문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제12기 전국위원회 상무위원회 제7차 회의에 참석해 부패 척결과 관련해 원고도 없이 70분간 장시간 강연을 했다.
강연이 끝난 뒤 왕 서기는 참석자들과 질의답변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절대적 신임을 받으며 부패와의 전쟁을 진두 지휘해 온 왕 서기에게 날카로운 질문들을 쏟아냈다.
가장 관심이 집중된 질문은 막바지에 나왔다.
한 참석자가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 외에 더 큰 호랑이는 없느냐”고 묻자 왕 서기는 처음에는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참석자가 다시 “그렇다면 니둥더(你懂的)인 것이냐”고 다시 묻자 왕서기는 웃으며 “이후에 천천히 알게 될 것(以后你就慢慢懂)”이라고 답했다.
'니둥더'는 지난 3월 2일 정협 개막 기자회견에서 뤼신화(呂新華) 대변인이 저우융캉(周永康) 사건에 대한 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저우융캉 조사 보도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자 뤼 대변인은 ‘당신도 알잖아요’ 라는 뜻의 ‘니둥더’로 대답한 것. 당시 단 세 글자인 이 짧은 문장이 중국에서 최고의 유행어가 됐다.
좀 더 풀어 쓰자면 “내 입으로 굳이 꼭 얘기해야 하나, 다 아시면서 뭘 새삼스레…”쯤 될 법한 말이다.
왕 서기가 '니둥더'를 모방해 ‘앞으로 천천히 알게 될 것’이라고 답변한 것과 관련해 당분간 저우융캉급의 큰 호랑이는 없을 것이라는 해석에서부터 큰 호랑이 잡기가 만만치 않지만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해석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질문답변 시간에 당 고위 간부들은 왕서기에게 “부패의 근원까지 치료할 시간표를 갖고 있냐” “일부 공무원의 복지부동은 어떻게 할 것이냐” “월병(月餠)까지 단속하는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등의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사실상 ‘청문회’ 같은 이날 문답은 2시간여 동안 이어졌다. 정협 상무위원들은 서로 질문을 하려고 손을 들었으며, 2시간 내내 자리를 뜨는 이가 한 명도 없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한 정협 상무위원은 “현장에서 이렇게 많은 즉석 질문이 쏟아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왕 서기는 그러나 이들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변, 오히려 회의 참석자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고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와 법제만보(法制晩報)가 27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