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한국시간) 스페인 그린 카라니아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D조 한국과 호주의 2차전은 전 세계 농구 팬들, 특히 미국프로농구(NBA) 팬들의 이목을 끌만한 경기였다.
특급 유망주들이 대거 몰려나온 2014 NBA 신인드래프트에서 당당히 전체 5순위로 유타 재즈의 지명을 받은 호주 출신 유망주 포인트가드 단테 엑섬(19·196cm) 때문이다.
엑섬은 앤드류 위긴스(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자바리 파커(밀워키 벅스), 조엘 엠비드(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애런 고든(올랜도 매직) 등 상위 1~4순위로 지명된 NCAA 출신의 최정상급 유망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황금세대'의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1990년대 올랜도 매직에서 활약했던 201cm의 장신 포인트가드 앤퍼니 '페니' 하더웨이를 연상케 하는 선수다. 엑섬은 장신임에도 빠르고 순발력 역시 뛰어나며 무엇보다 패스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지녔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스페인에서 열리고 있는 농구 월드컵은 전 세계 농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들의 경연장. 더불어 유망주들을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제공한다. 드래프트 상위권 지명자 중 농구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는 엑섬이 유일하기에 NBA 팬들의 관심을 끌고있다.
그러나 엑섬은 호주 대표팀 내에서 주축 선수는 아니다. 아직 어리기 때문이다. 청소년 대표팀에서는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지만 청소년 무대와 성인 무대는 수준의 차이가 크다.
엑섬은 슬로베니아와의 대회 첫 경기에서 백업 포인트가드로 11분동안 코트를 밟아 득점 없이 2리바운드, 1어시스트를 올리는 데 그쳤다.
한국과의 경기에서도 엑섬은 성인 무대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엑섬은 1쿼터 중반 교체 출전하자마자 수비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패스 실수를 했다. 문태종이 공을 가로챘다.
다시 등장한 2쿼터 막판에는 레이업을 시도하다 김종규(창원 LG)에게 블록을 당하는 장면이 나왔다. 엑섬이 오른쪽 돌파로 과감하게 림을 노려봤지만 공은 백보드에 맞기 전에 김종규의 손에 걸렸다.
김종규는 엑섬이 돌파하는 순간 자신이 막던 수비수를 포기하고 도약해 엑섬의 슛을 막아냈다. 과감한 판단과 운동능력이 돋보였다.
이 장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잠시 화제가 됐다. 경기를 지켜본 세계 농구 팬들은 엑섬의 블록을 당한 장면을 언급했고 한 팬은 "유타가 인내심을 갖고 엑섬이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호주에게 55-89, 34점차 완패를 당한 한국 대표팀이 건진 몇 안되는 명장면 중 하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