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억류중인 3명의 미국인이 미 언론 CNN 인터뷰를 통해 미국 정부가 석방 협상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이번 인터뷰는 북한이 억류자 석방과 관련해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돼 미국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미국 CNN 방송은 1일(현지시간) 케네스 배(46.사진)와 매튜 토드 밀러(24),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56) 등 3명의 미국인에 대한 인터뷰를 방영했다. 인터뷰는 이들의 최근 근황과 석방을 위해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당부가 주된 내용이었다.
CNN 캡춰
인터뷰에서 배 씨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특별교화소와 병원을 오갔다"면서 "교화소에서 하루 8시간, 1주일 6일을 농사나 다른 종류의 중노동을 한다"고 근황을 전했다. 북한 당국으로부터 인도적 대우를 받느냐는 질문에 배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배 씨는 가족들에게 "많이 걱정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면서 "계속 기도해 주고 풀려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석방 협상을 위해 "미국 정부가 가능한 빨리 특사를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그것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도 했다.
배씨는 처음 억류됐을 때 "북한 법을 위반했음을 알았냐"는 질문에는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위반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교화소에 다른 수용자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지난 1년6개월간 혼자였고 20~30명의 간수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배 씨는 종교 활동을 통한 체제 전복 혐의로 지난 2012년 11월 붙잡혀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다.
밀러 씨도 인터뷰에서 "건강검진을 받았고 북측으로부터 인도적 대우를 받았다"고 밝혔다.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미국 정부에 먼저 말하고 싶다"며 "정부는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강력한 시민 보호 정책을 펴지만 내 경우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면서 "나는 곧 재판을 받을 예정이고 이 인터뷰가 내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파울 씨는 "지금까지는 (상황이) 좋았다"며 "여기 이틀 더 있든 20년 더 있든 이런 상황이 계속되기를 바라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인터뷰를 한 CNN의 윌 리플리 기자는 "평양국제프로레슬링 대회 취재차 평양을 방문했다가 북한 당국의 연락을 받고 어디론가 이동했다"면서 "그곳에서 억류중인 미국인들을 만나게 됐다는 걸 알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억류중인 미국인에 대해 CNN의 인터뷰를 하도록 한 것은 북한이 미국과의 석방 협상을 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힘과 동시에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미국 정부는 억류자 문제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해결할 사안이라는 반면 북한은 이를 본격적인 북미 대화 재개의 단초로 활용하려는 입장이어서 실질적인 협상 진전이 이뤄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미 백악관은 전날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과 자신의 기존 약속을 지킬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신뢰할 만한 협상이 가능하다"며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 원칙은 변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