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장고 끝에 시리아 공습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 전망이다.
'이슬람 국가'(IS)의 주 활동 무대인 이라크를 공격하는데 그치지 않고 근거지에 해당하는 시리아까지 소탕해 극단주의 테러세력의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9.11 테러 13주년을 하루 앞둔 10일(현지시간) 오후 9시 정책연설을 통해 시리아 공습 구상을 골자로 한 IS 격퇴 전략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라크에 국한된 공습을 시리아로 확대할 경우 이는 대(對) 중동전략의 중요한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1년 12월 이라크에서 철군한 이후 중동지역에서의 군사개입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성공적인 '종전'(終戰)을 했다고 선언한 마당에 다시 중동지역 전쟁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피하려는 기류가 강했다.
여기에는 이라크·아프간전 종전을 공약으로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의 개인적 소신이 작용한데다 미국 내 여론도 신(新) 고립주의로 불릴 정도로 해외 군사개입에 소극적으로 흘렀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IS가 발호한 이라크에 대해 군사행동을 결정할 때도 미군은 '제한적 공습' 기조를 유지하고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 군을 지원하는 역할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IS의 격렬한 저항 속에서 이라크 내전이 장기화되고 지난달 하순부터 2주 간격으로 미국인 기자 두명이 참수되는 천인공노할 사건이 돌출하면서 미국 내 분위기가 돌변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소극적 외교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현재의 제한적 공습 기조를 넘어서는 강경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감이 커진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일단 이라크에 대한 공습 횟수를 수십여 차례 늘리고 미국인과 관련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치안병력도 1천명이 넘는 수준으로 증파시켰다.
그러면서도 시리아 공습 문제를 놓고는 유독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해왔다. 현지 정부의 요청이 있었던 이라크와는 달리 시리아 정부의 요청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아사드 정권과 반군간 내전의 와중에 군사개입을 하는 데 따른 부담이 컸다.
하지만, 이라크 내에서의 공습만으로는 IS를 분쇄하는데 한계가 있고 결국 본거지에 해당하는 시리아 동북부를 타격해야 한다는 지적이 의회와 워싱턴 정책서클 내에서 급부상했다.
특히 두 기자 참수 사건을 거치며 미국내 여론이 시리아 공습을 단행하라는 쪽으로 급속히 기울었다. 지난해 9월초 시리아 공습 논의 때와는 달리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시리아 공습에 찬성하는 응답자 비율이 65%에 달할 정도였다.
그렇지 않아도 대외정책에서 '우유부단'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론의 흐름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시리아 공습을 결심하게 만든 결정적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IS세력을 발본색원하지 않으면 알카에다 보다 더 큰 위협적 존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미국 내에서 확산된 것이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라크와 시리아라는 '두개의 전선'에서 IS를 격퇴하는 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대목은 이라크와 시리아의 정세와 작전환경이 서로 확연히 다르고 그에 따른 미국의 군사행동 방향도 차별화된다는 점이다.
이라크에서는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군이 작전을 주도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은 공습을 강화하는 형태로 지원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이라크의 신정부가 각 정파를 아우르는 강력한 통합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온건주의 반군의 군사역량을 강화하고 지원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수십만 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아사드 정권과는 철저히 선을 긋고 반군이 군사작전 과정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도록 도울 것이라는 의미다.
앞으로 미국의 군사작전 수순은 '선(先) 이라크, 후(後) 시리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먼저 이라크 내에서의 공세를 강화한 뒤 본거지인 시리아 국경으로 넘어가는 IS세력을 '추격'하는 형태로 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번 IS 격퇴전략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독트린인 '다자주의적 개입' 원칙이 적용될 전망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중심으로 유럽 동맹과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공화국 등 중동의 우방들이 작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 내에서는 이 같은 전략이 과연 실제로 IS를 격퇴할 수 있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현실적으로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고 공습만으로 IS의 근거지를 소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공습표적에 대한 정보와 조준능력이 확실치 않으면 민간인들에 대한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가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단순히 외관상의 건물뿐만 아니라 IS 지도부와 조직을 일망타진하려면 지상군 투입이 필수적"이라며 "잘못하면 민간인 희생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 정부의 요청없이 공습을 감행하는데 따른 국제법적 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고 시리아 정부군의 군사적 반발을 야기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미군과 동맹국들의 지원하에 군사작전을 주도해야 할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 군의 작전수행 능력이 약한데다 시리아 반군 역시 분열돼있어 통합적인 군사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동맹·우방국들도 어느 정도 결속력을 유지할지도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같은 미국의 우방이지만 카타르와 쿠웨이트는 이슬람 운동을 둘러싼 내부 분열로 IS 격퇴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터키는 쿠르드 자치구와의 갈등으로 원만한 협력체계를 유지할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