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회복 이룬다' 한국 레슬링은 지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노 골드의 불명예를 인천 대회에서 씻겠다는 각오다.(자료사진=황진환 기자)
레슬링 남녀 대표팀의 인천아시안게임 미디어데이가 열린 11일 태릉선수촌. 감독과 선수들이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기필코 명예회복을 완성하겠다는 필승의 출사표를 던지는 자리였다.
레슬링은 한국 스포츠 역사에 대표적인 효자 종목. 1976년 몬트리올에서 양정모가 대한민국의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이후 메달 레이스를 펼쳐왔다. 특히 아시안게임에서는 무려 49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노 골드의 수모를 겪었다. 2012년 김현우(삼성생명)이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부활을 알렸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아직 실추된 명예를 되찾지 못했다.
오는 19일 개막하는 인천아시안게임이 그 기회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4년 만의 금메달을 따낸 김현우, 류한수(삼성생명) 등을 앞세워 설욕을 벼르고 있다.
▲"레슬링, 아직 죽지 않았다 보여줄 터"이날 미디어데이에서는 최근 대표팀의 상승세가 그대로 묻어났다. 소개 순서에서 이름이 호명된 선수들은 취재진의 카메라 앞에서 재주를 넘거나 낙법을 선보이는 등 활기찬 움직임을 선보였다.
어느 때보다 사기가 높다.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동반 금메달을 따낸 안한봉 그레코로만형, 박장순 자유형 감독이 의기투합해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안 감독은 "730일 동안의 힘든 훈련이 헛되지 않게 선수들과 전 종목 석권을 하자고 다짐했다"면서 "레슬링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박 감독도 "(올림픽 종목 퇴출과 재채택 등) 어렵고 침체된 가운데 레슬링 부흥과 금메달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간판스타 김현우(그레코로만형 75kg급)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면서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 감동 주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2004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지현(울산남구청, 그레코로만형 71kg급)도 "아시안게임 세 번째 도전인데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이를 앙다물었다.
▲바뀐 규정 유리, 금메달 4개 이상 목표
이승철(국군체육부대, 자유형 61kg)은 "모든 준비는 끝났고, 인천 상공에 애국가를 울릴 영광의 순간만 기다리고 있다"고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여자부 엄지은(제주도청, 자유형 55kg)은 "집이 인천인데 안방 대회에서 꼭 금메달 따서 여자 레슬링을 빛내겠다"고 강조했다.
임성순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은 "레슬링이 한때 침체기를 맞았지만 런던올림픽과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부활의 기미를 보였다"면서 "피땀 흘린 대가를 인천에서 맛보자"고 강조했다. 최종삼 태릉선수촌장도 "5~6개의 금메달은 최소한 따지 않을까 싶다"면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성원을 부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일단 대표팀은 금메달 4개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트제 폐지, 총점제 전환, 패시브 제도 수정 등 바뀐 규정은 강한 체력을 갖춘 선수들에게 유리한 상황. 체격의 열세를 항상 체력으로 극복해온 대표팀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과연 한국 레슬링이 홈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명예회복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