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13일(현지시간) 세계는 현재 범죄·학살과 싸우는 3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다며 이에 대한 무관심을 버리고 함께 맞설 것을 호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이탈리아 북동부 레디푸글리아의 군인묘지를 방문, 제1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을 기리는 미사를 집전하고 강론에서 "두 차례 (세계대전의) 실패를 겪고 나서도 우리는 오늘날 또 다른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3차대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전쟁은 범죄와 대학살, 파괴와의 개별적인 싸움"이라며 국제사회가 무관심을 버리고 전쟁의 광기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인류가 치른 모든 전쟁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오늘날에도 이권과 지정학적 전략, 돈과 권력을 향한 탐욕으로 숱한 희생자가 나오고 있다"고 개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테러를 모의하는 세력"도 규탄했으나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레디푸글리아 군인묘지는 이탈리아 최대 전쟁 추모시설로 신원을 알 수 없는 6만명을 포함해 1차대전 당시 이탈리아군 전사자 10만명이 잠들어 있다. 인근의 또 다른 묘지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소속 군인 1만4천명이 묻혔다.
교황의 레디푸글리아 방문은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탈리아 출신인 할아버지가 1차대전에 참전해 묘지 인근인 슬로베니아 국경지대에서 싸웠기 때문이다.
교황의 할아버지인 지오바니 카를로 베르고글리오는 서른 살이던 1915년 이탈리아군에 입대해 1917년까지 동맹국인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과 맞서 싸웠으며 종전 후 아르헨티나에 이민했다.
이날 추모 행사에서 이탈리아 국방부는 프란치스코 교황 조부의 참전기록을 전달했고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숨진 이탈리아 군인의 부모는 피에몬테군단을 상징하는 깃털모자를 선물했다. 교황의 조부는 피에몬테 출신으로 이 군단 소속이었다.
교황은 앞서 언론 등을 통해 "할아버지로부터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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