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간 여자 연예인들의 이 악문 분투기가 TV 예능프로그램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MBC TV '일밤-진짜사나이'가 지난달 24일부터 선보이고 있는 '여군특집'이 첫회부터 시선을 끌더니 급기야 지난 14일 방송된 4회에서는 시청률 19.8%(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20%에 육박했다.
이는 이날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최고의 시청률이자, 지난해 4월 첫선을 보인 '진짜사나이'가 지금까지 거둔 최고의 성적이다.
여자 연예인들의 눈물 콧물 쏟아내는 군대 체험기는 윤일병 사건으로 대두됐던 '진짜사나이'에 대한 폐지론마저 잠재우고 있다.
◇ 육아예능 눌러버린 '여자 연예인들의 군대 체험삶의 현장'
언젠가부터 TV 예능계는 육아예능이 점령해버렸다. 출산율이 바닥을 치는 나라에서 아기와 어린이를 키우는 연예인 부모의 이야기가 관심을 끄는 아이러니가 꽤나 오래 지속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진짜사나이-여군특집'이 주말예능 최고 강자인 육아예능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눌러버렸다. 14일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시청률은 16.9%.
앞서도 '진짜사나이-여군특집'은 1~3회 17.7%, 17.4%, 17.8%를 각각 기록하며 출발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진짜사나이-여군특집'의 인기도 아이러니라는 점에서는 육아예능 돌풍과 맥을 같이한다.
윤일병 사건 이후 군대 내 가혹행위, 폭력행위에 대한 고발과 문제제기가 이어지면서 한때 네티즌 사이에서 '진짜사나이' 폐지서명운동까지 벌어지는 등 군대에 대한 여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보란듯이'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남녀노소가 봐도 재미있는 극기훈련…"실제상황처럼 보여"
'진짜사나이-여군특집'의 매력은 남녀노소가 봐도 재미있는 여자 연예인들의 극기훈련이다. 남자 연예인들의 극기훈련과는 차원이 다르다.
바람불면 날아갈 것 같은 하늘하늘한 여성 스타들이 혹독한 훈련을 겪으며 눈물 콧물 쏟아내는 모습, 그들이 같은 여성이지만 영락없이 남자같은 여성 장교들에게 가차없이 '조련'되는 모습은 보는 이의 감정이입을 이끈다.
누구나할 것 없이 '저질 체력'을 보여주는 출연자들이 숨이 넘어갈 듯 호흡곤란에 직면하고 젖먹던 힘까지 죽을 힘을 다해 짜내는 것 같은 표정을 짓는 모습은 진짜 실제상황처럼 보인다는 평이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가 봐도 끔찍한 화생방훈련을 비롯해, 미소 한번 잘못 지었다가 '꼬투리'가 잡혀 박살나고 건빵을 주어진 시간 내에 다 먹어치우기 위해 우적우적 먹어대는 여자 연예인들의 모습은 그들이 화장을 지우고 카메라 앞에 선 순간부터 지금까지 쭉 감동과 함께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여기에 군대는커녕 조직생활도 익숙하지 않은 천방지축 막내들이 웃지 못할 시행착오 끝에 '나'가 아닌 '우리'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모습, 그 와중에 군계일학으로 '군대체질'임을 보여주고 있는 고참 언니의 발견, '엄마의 힘'으로 한참 어린 후배들보다 근성을 보여주는 선배들의 '악'은 그 안에서도 또다른 '드라마'다.
내심은 여느 예능 프로그램과 비슷한 수준을 생각하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것으로 보이는 이들 출연진이 쏟아내는 눈물과 겪어내야하는 고통은 단순한 '놀이대결'과는 차원이 다르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15일 '여군특집'의 성공에 대해 "기본적으로 색다름이 호응을 얻은 것이고, 짜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아니라 날것 그대로의 리얼함을 보여주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50대 남성 시청자 최준혁 씨는 "여군특집을 처음부터 다 봤는데 한순간도 시선을 뗄 수가 없다. 내 군대 시절도 생각하고 여자 연예인들이 군대체험을 하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감동적이다"고 말했다.
◇ 여성 스타와 여군의 조화…"연예인이라고 봐주지 않는 여성장교들의 모습 매력적"
'진짜사나이-여군특집'의 인기는 여자 연예인들의 분투기에만 있지 않다. 그들을 대하는 같은 여성 장교들의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모습이 여자 연예인들의 '당나라 군대'와 대비되며 군대체험기의 '극성'을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