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자료사진=넥센 히어로즈)
지난 15일 처음으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이 소집된 이후 류중일 감독의 고민은 쭉 강정호(넥센)였다.
강정호는 지난 8월30일 삼성전에서 슬라이딩을 하다 손가락을 다쳤다. 이후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중요한 아시안게임을 앞둔 상황에서 보름 이상 쉬었으니 류중일 감독의 걱정이 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어지간한 타자도 아닌 올해 가장 뜨거운 타자 강정호였다.
류중일 감독도 매번 강정호를 입에 달고 살았다. 첫 기자회견 때도, 두 차례 연습 때도 강정호에 대한 걱정을 숨기지 못했다.
강정호는 일찌감치 박병호(넥센) 뒤에 서는 5번으로 낙점됐다. 그럴 만하다. 올해 강정호는 타율 3할6푼, 홈런 38개를 기록 중이다. 시즌 후 해외 진출이 유력하다. 강정호의 컨디션만 정상이라면 5번 자리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
류중일 감독은 18일 LG전에 강정호를 5번으로 세운 뒤 "사실 강정호와 김현수(두산)를 바꿀까 생각도 했다"면서 "그동안 박병호와 강정호가 붙어있어서 그게 익숙하다. 늘 앞에 박병호가 있다가 다른 선수가 있으면 어색할 것이다. 아마 자기 차례가 아닌데 타석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농담 속에는 강정호에 대한 믿음이 묻어났다.
강정호는 LG전에서 5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냈다.
2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에버렛 티포드에게 좌전 안타를 때렸다. 또 3회말에는 신동훈에게 중전 안타를, 6회말에는 윤지웅에게 2루타를 뽑아냈다. 류중일 감독이 "보름 이상 쉬고도 3안타 치는 걸 보면 타격에는 확실히 재질이 있다"고 말할 정도.
수비도 문제 없었다. 3회초 채은성의 깊숙한 타구를 역동작으로 잡은 뒤 스텝 없이 1루로 뿌려 아웃카운트를 추가했다. 류중일 감독이 강정호에게 바란 모습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