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여자 10M 권총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정지혜(부산시청)가 20일 오전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시상대에 올라 기뻐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그때 생각하면 자꾸 말문이 막히네요"
정지혜(25, 부산광역시청)는 2년 전 잠시 총을 내려놨다. 갑자기 찾아온 대상포진에 합병증이라는 불청객 때문이었다. 총을 내려논 정지혜는 꾸준히 병원을 다니면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을 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아르바이트도 했고, 영화관에서 하루 종일 영화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사격이 머리에서 맴돌았다. 다시는 총을 잡지 못한다는 불안감도 생겼다. 결국 정지혜는 1년2개월을 쉰 뒤 다시 총을 잡았다.
다시 총을 쏜 기간은 1년 남짓. 정지혜는 값진 은메달로 아픔을 씻었다.
정지혜는 20일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을 딴 뒤 "너무 감격스럽고, 실감이 안 난다"면서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다음 경기의 밑거름으로 삼아 악바리처럼 하겠다. 정말 준비를 많이 해 자신감도 있었다. 한국이 사격 강국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하라는 조언을 염두에 두고 쐈다. 잘 된 것 같아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전 여자 권총의 모든 관심은 김장미(22, 우리은행)에게 쏠렸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난 12일 세계선수권에서 10m 공기권총 금메달을 따면서 정지혜가 아시안게임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비록 장멍유안(중국)에 0.9점 차로 뒤져 금메달은 놓쳤지만, 막판 무서운 뒷심으로 장멍유안을 압박했다.
정지혜는 "사실 세계선수권 끝나고 굉장히 부담이 됐다. 미디어데이 때 주목 받지 못해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은 했는데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따니까 욕심도 생겼다. 긴장하고 즐기자는 마음으로 했다"고 말했다.
1년2개월의 공백. 총을 쏠 수 없다는 생각에 좌절도 했다. 하지만 그 공백기간이 오히려 정지혜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정지혜는 "그 때는 좌절도 많이 했다. 희망이라는 게 보이지 않아 사격을 그만둬야 하나 생각도 들었다"면서 "조금씩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하고 싶은 일을 했다. 다행히 불러주신 분이 계셔서 어려운 결정을 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진짜 힐링이라는 게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고 눈물을 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