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는데 개운하진 않네...' 한국 야구 대표팀 주장 박병호(왼쪽)가 22일 인천아시안게임 태국과 1차전에서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오른쪽은 3회 등판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는 이날 승리 투수 유원상.(인천=박종민 기자)
'2014 인천아시안게임' 한국 야구 대표팀의 A조 조별리그 1차전이 열린 22일 인천 문학구장. 이날 상대는 조 최약체로 꼽히는 태국이었다.
예상대로 대표팀은 1회부터 8점을 내는 등 5회 만에 15-0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장단 13안타를 뽑아냈고, 볼넷 8개와 상대 실책 2개를 곁들였다. 투수들도 선발 김광현(SK)을 비롯해 이태양(한화), 이재학(NC) 등이 무피안타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그야말로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들 사이의 경기였다. 태국은 이날 평범한 외야 뜬공에 만세를 부르고 낙구 지점에 헛다리를 짚는 등 수준 차이가 여실했다. 선발 투수도 1회를 채우지 못한 채 몸에 맞는 공 3개, 볼넷 2개를 내주며 무너졌다.
이런 압도적인 경기에도 멋쩍은 표정을 지은 선수가 있었다. 투타 양면에서 1명씩이었다.
먼저 현재 프로야구 최고 타자 박병호(28, 넥센)가 고개를 숙였다. 박병호는 1회 1사 2, 3루에서 상대 선발 시하맛에게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105km 느린 커브에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이날 한국 대표팀의 유일한 삼진이었다. 1회 대부분 선수들이 안타와 사사구 등으로 출루한 것을 감안하면 다소 민망한 장면이었다. 더욱이 박병호는 2년 연속 홈런, 타점왕, MVP를 석권한 최고 타자. 올해도 홈런 1위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박병호는 7-0으로 앞선 1회 2사 1, 2루에서도 아웃을 당할 뻔했다. 바뀐 투수 칸잔나비숫을 상대로 날린 날카로운 타구가 3루수 정면으로 향했다. 다행히 공을 놓치면서 실책으로 출루했다. 이후 박병호는 안타 2개를 날리며 체면치레는 했다.
경기 후 박병호는 "삼진을 당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는데 동료들이 괜찮다고 했지만 창피하더라"며 웃었다. 이어 "워낙 느린 공에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웠는데 그래도 나중에 잘 맞은 타구가 나왔다"고 말했다.
▲유원상, 4명 투수 중 유일한 피안타이날 승리투수 유원상(28, LG)도 쑥스럽긴 마찬가지다. 이날 유원상은 한국 투수 중 유일하게 안타를 내줬다.
선발 김광현에 이어 8-0으로 앞선 3회 등판한 유원상은 선두 타자 클락에게 안타를 맞았다. 희생번트 뒤 왕비치에게도 안타를 내줘 1, 3루를 맞은 유원상은 도루까지 허용, 1사 2, 3루에 몰렸다.
다행히 마웅카셈과 피팟핀요를 삼진으로 돌려세워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하마터면 실점할 뻔했다. 이런 가운데 유원상은 승리 투수가 돼 더 민망했다. 선발 김광현이 승리 요건인 5회를 채우지 못한 까닭이었다.
경기 후 유원상은 취재진을 보더니 "안타 2개를 내주고 승리투수가 된 유원상입니다"라고 먼저 매(?)를 맞았다. 본인도 멋쩍은 상황임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안타를 내준 데 대해서는 "슬라이더가 덜 꺾이더라"면서 "안타를 내줄 때도 밋밋하게 밀려들어간 공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인구를 손가락으로 채는 느낌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실점 위기를 맞았지만 걱정은 없었다. 유원상은 "점수를 내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면서 "다만 도루를 허용한 뒤 2루수 오재원을 보면서 같이 웃었다"고 말했다. 태국을 상대로 위기(?)를 맞은 데 대해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던 것. 그러나 유원상은 "이제 점점 적응하고 있다"면서 남은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