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안게임 수영 자유형 400m에서 동메들을 획득한 '마린보이' 박태환이 23일 오후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시상대에 금메달을 획득한 쑨양(중국)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 = 박종민 기자 esky0830@cbs.co.kr)
박태환과 쑨양(중국)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자유형 400m 맞대결을 펼칠 때마다 유별나게 사연이 많았다.
2011년 상하이 세계선수권 대회 자유형 400m 결승전. 박태환은 예선에서 페이스 조절을 실패해 1번 레인에 배정,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벽 바로 옆에서 레이스를 펼쳐야 하기 때문에 물살의 영향을 많이 받고 그만큼 저항도 큰 자리다. 3~5번 레인에서 뛰는 우승 경쟁자들을 견제하기도 쉽지 않은 자리다. 그러나 박태환은 믿기 힘든 레이스를 펼쳐 쑨양을 2위로 밀어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쑨양이 웃었다. 박태환의 불운 때문이었다. 박태환은 이 종목에서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할만큼 절정의 기량을 자랑했지만 당일 오전 예선 때 실격 처리됐다가 번복되는 해프닝 때문에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다.
박태환은 분전을 거듭해 은메달을 차지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금메달은 쑨양의 몫이었다.
23일 오후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자유형 400m 결승전.
이번에도 쑨양이 웃었다. 쑨양은 3분43초23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박태환은 3분48초33을 기록해 일본의 하기노 고스케(3분44초48)에게 2위 자리를 내줬다.
박태환은 초반부터 3위를 유지했다. 첫 100m 구간에서는 하기노 고스케게 승부수를 띄워 선두로 나섰지만 이후 줄곧 쑨양의 페이스였다. 박태환은 250m 구간에서 2위로 올라서 막판 스퍼트를 노려봤지만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치열한 승부가 지나간 자리에는 깊은 우정 만이 남았다.
쑨양은 옆 레인에 위치한 박태환을 찾아가 그의 손을 들어주는 세리머니로 경기장을 찾은 팬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승자의 여유이자 오랜 라이벌 더 나아가 아시아 수영 역사를 새로 썼던 '레전드'를 향한 예우처럼 느껴졌다.
시상식이 끝나고 사진 촬영이 진행될 때 박태환이 동메달리스트가 서는 단상에 계속 머물자 쑨양이 박태환을 잡아당겨 자신이 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으로 이끌었다. 둘은 환하게 웃으며 시상식의 순간을 즐겼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기자회견실로 이동할 때도 둘은 대화를 나누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라이벌 대립 구도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선수들이지만 둘은 예전부터 경기가 끝날 때마다 서로를 배려하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박태환과 쑨양은 간접적으로나마 서로를 언급했다.
박태환은 "쑨양, 하기노와 함께 경쟁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1,2등 선수를 축하해주고 싶다"고 말했고 쑨양은 "오늘은 박태환 뿐만 아니라 하기노가 함께 해서 의미가 있었다. 다같이 더욱 더 열심히 훈련을 해 아시아 뿐만 아니라 세계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