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의 최대 산유국인 카자흐스탄이 기름 부족으로 술렁이고 있다.
카자흐는 확인된 석유매장량만 300억 배럴로 세계 11위이며 천연가스 매장량은 15위인 자원 부국이다.
그러나 낙후한 석유정제 시설과 대규모 자원수출, 러시아의 크림공화국 병합 사태 등으로 국내 공급이 부족해 최근 에너지 위기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텡그리 뉴스 등 현지언론은 우작바이 카라발린 카자흐 에너지부 차관이 "석유와 가스 등의 국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라발린 차관은 "가장 많이 팔리는 옥탄가 92%의 휘발유를 볼 때 한 달 평균 28만t이 국내에서 소비되지만, 생산량은 18만 6천t에 불과하다"라며 에너지 부족사태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당국은 에너지 부족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민심을 달랬다.
카자흐 정부는 애초 2016년까지 아티라우, 파블로다르, 심켄트에 있는 주요 석유정제시설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가재정 위기 등으로 지연된 사업은 2019년에야 매듭지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러시아가 크림공화국 합병 후 크림에 대한 휘발유 공급을 확대하며 카자흐는 에너지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제시설이 부족한 카자흐는 전체 석유제품 소비량의 3분의 1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당국은 이에 앞으로 6개월간 국내에서 정제 생산된 석유제품의 수출을 금지하고 더불어 불필요한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자 지난달 27일 경유 12.7%, 휘발유 11.3% 등 석유제품의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하지만, 시중에서는 오히려 기름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며 일부 주유소는 기름이 없어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후폭풍이 일었다.
실제 서부도시 우랄스크에서는 성난 시민이 차량으로 시청 출입구를 막아버리며 항의하는 등 민심은 요동치고 있다.
세르게이 스미르노프 석유산업 전문가는 에너지 위기 사태를 해결하려면 "당국이 국내에서 생산된 원유의 수출을 줄이고 내수 시장에 대한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았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그동안 정부가 원유수출로 벌어들인 국부펀드를 에너지 안정에 투입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카자흐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원유·가스 등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터라 내수 시장에 대한 자원 공급확대를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처지다.
아울러 최대 교역국인 러시아의 경기 악화로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온 카자흐는 이미 내수시장 활성화에 국부펀드를 대규모 투입한 탓에 에너지 위기에 대처할 여력도 없다.
넘치는 자원을 가지고도 에너지 위기를 맞은 카자흐는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