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 다자외교 무대에서 북한 인권을 언급하며 북한 인권개선을 위한 조치를 촉구했다. 그러나 남북한 사이의 대화가 사실상 단절된 상황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25일 새벽(우리시각)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오늘 날 국제사회가 큰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는 인권문제 중의 하나가 북한 인권”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상의 권고사항을 채택했다”며 “북한과 국제사회는 COI 권고사항 이행을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OI는 지난 2월 북한에서 조직적인고 심각한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돼 왔다며 책임자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등을 권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채택했다.
앞서 윤병세 외교장관도 지난 23일 뉴욕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에서 열린 ‘북한 인권 고위급회의’에서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대화를 제안했다.
윤 장관은 “남북 간에도 인권대화와 인도적 문제 전반에 대한 포괄적 협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며 남북대화를 제안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윤 장관의 제안에 대해서는 “철면피하고 가소로운 추태”라고 비난했다.
북한 대남선전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어떻게 해서라도 존엄 높은 공화국의 영상에 먹물 칠을 하려는 가소로운 푸념질에 불과하다"고 윤 장관의 제안을 일축했다.
북한은 심지어 세월호 참사와 윤 일병 구타 사건을 들어 인권문제가 심각한 곳은 남한이라고 주장하며 인권이 남북한 대화의 주제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의 인권공세가 북한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의 인권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는 일방적인 촉구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남북한 사이 또는 북한과 국제사회의 관계가 밀접하면 관계 자체가 유효한 지렛대가 될 수 있지만 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는 북한을 견인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경제적, 인도적, 문화적 차원의 다양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여론과 압력에 반응하는 정상적인 상태가 선행되어야 인권공세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2014 한반도 국제포럼’ 기조연설에서 “남북 간의 소통의 입구가 닫혀 있다”며 박근혜정부에서 남북관계가 단절돼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박 대통령의 대북 인권공세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부담이나 책임을 심각하게 느끼지 않는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정치적 수사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남북한 사이에 여러 관계가 있을 때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가 통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허공에 소리를 지르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