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항공교통 관제센터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인근 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이 한때 전면 중단되고 미 전역의 항공교통 상황에 큰 지장을 초래했다.
26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새벽 5시45분(한국시간 26일 오후 7시45분)께 시카고 서부 교외도시 오로라에 소재한 연방 항공교통 관제센터에서 불이 나 오헤어국제공항과 미드웨이공항의 이착륙 및 미 중서부 공항을 목적지로 하는 모든 항공편의 운항이 최소 5시간 이상 금지됐다.
경찰은 이번 화재가 방화에 의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테러범의 소행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 연방항공국(FAA) 관계자는 "용역 직원이 가솔린을 이용해 건물 지하 통신실에 불을 질렀다"며 "범행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한 경찰은 화재 현장에서 칼을 이용해 자해한 방화 용의자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겼으며 해당 건물에 소개령을 내렸다.
불길은 약 2시간 만에 진화됐지만, 화재 및 소화용수로 인한 설비 손실 때문에 관제센터 정상 운영은 지연되고 있다.
FAA는 항공관제 기능을 미네소타와 클리블랜드 등 인근 지역 관제소로 넘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오전 11시(한국시간 27일 오전 1시)부터 오헤어공항의 일부 항공편 이륙을 허용하기 시작했으나 여파는 오후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카고 트리뷴 인터넷판은 "정오 현재 오헤어공항과 미드웨이공항에서 1천300여 항공편 운항이 취소됐고 700여 편이 지연 운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드웨이공항에 취항하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탑승 예약자들에게 이날 오후 7시까지 운항 재개가 힘들 것이라고 통보했다.
사고 당시 관제탑 안에서는 15∼3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었으나 모두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50대 남성 1명이 연기로 인한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FAA 및 미 연방수사국(FBI), 연방화기단속국(ATF)과 함께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시카고 센터'로 불리는 오로라 관제센터는 미국에서 항공 교통량이 가장 많은 중서부 지역 항공기 운항을 통제·관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