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준결승에서 북한을 만난 윤덕여 감독(왼쪽)은 적장으로 만난 김광민 감독과 개인적인 친분을 뒤로 하고 승리에 집중하겠다는 굳은 각오를 선보였다. 오해원기자
"북측의 김광민 감독과 개인적인 친분은 있지만 내일 경기는 우정은 잠시 내려두겠다."
윤덕여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이 북한과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4강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선보였다.
한국 여자축구는 조별리그에서 28골을 몰아치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데 이어 8강에서도 대만을 꺾고 4강까지 무난하게 진출했다. 결승 진출의 관문에서 만난 상대는 김광민 감독이 이끄는 북한. 국제축구연맹(FIFA)이 산정하는 여자축구 세계랭킹에서 북한(11위)이 한국(17위)보다 앞서지만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팽팽한 승부가 예상된다.
이 경기는 두 팀을 이끄는 감독들의 특별한 친분 관계 때문에 더 큰 관심 속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축구를 통해 이념을 뛰어넘은 두 감독의 특별한 인연은 무려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덕여 감독과 김광민 감독은 1989년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이탈리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상대로 만난 데 이어 1990년 7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다이너스티컵에서도 치열하게 경기했다. 이후 1990년 10월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열린 친선경기에서도 두 감독은 우정을 나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북한 남자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윤정수 감독도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 비슷한 나이(윤덕여 53, 김광민·윤정수 52)로 인해 더욱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자축구의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을 목표로 하는 윤덕여 감독은 개인적인 친분은 뒤로하고 승부를 내겠다는 각오다. "계획대로 4강서 북측과 만났다"는 윤 감독은 "김광민 감독과는 개인적인 친분은 있지만 많은 팬이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만큼 우정은 내려두고 팬들의 성원에 꼭 보답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북한 여자축구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하기까지 김광민 감독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한 윤덕여 감독은 "많은 훈련을 통해 체력이 강하고 공격과 수비의 변화가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북측의 장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