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일본 나가노(長野)현과 기후(岐阜)현에 걸친 온타케산(御嶽山·3천67m) 정상 분화구에서 화산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교도통신=연합뉴스)
일본 열도 중부에 위치한 온타케산(御嶽山·3천67m) 분화로 인해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일본 경찰과 육상자위대 등이 온타케산 정상 부근에서 28일 구조 활동을 진행한 결과 심폐정지 상태의 등산객 31명을 확인했으며, 이들 중 남성 4명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나가노(長野)현 경찰이 밝혔다.
또 중·경상을 입은 등산객이 확인된 사람만 40명에 이른다고 NHK가 전했다.
현장의 자위대원과 경찰 등은 분화구 근처에서 발생한 유독가스 때문에 오후 2시께 수색 및 구조활동을 중단했다.
온타케산을 관할하는 니가타(新潟) 주재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국인 피해 상황은 아직 확인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온타케산은 27일 오전 11시53분께 갑자기 굉음과 함께 분화, 화산재가 대량 분출됐다. 가을단풍을 즐기려던 등산객들은 급히 하산하거나 인근 산장으로 피했지만 일부는 정상 부근까지 올라갔다가 미처 화산재 낙하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화산분화예지(預知)연락회 회장인 후지이 도시쓰구(敏嗣利次) 도쿄대 명예교수는 "이번 분화로 인한 분출물은 수십 만t에서 200만t 정도로, 소규모 범주에 들어간다"며 "가을 관광 시즌이어서 산 정상 부근에 등산객이 많았기 때문에 소규모 분화임에도 큰 피해가 났다"고 지적했다.
산 정상 부근의 분화구 3곳에서 분출된 분연(噴燃)이 한때 분화구로부터 7㎞(해발 약 10km)까지 치솟았으며 수백차례의 화산성 지진이 관측됐다. 분연은 이틀째 분출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일본 나가노(長野)현과 기후(岐阜)현에 걸친 온타케산(御嶽山·3천67m)이 분화활동을 보인 가운데 등산객들이 입을 막으며 화산재로 덮힌 산을 내려오고 있다. (교도통신=연합뉴스)
이 때문에 온타케산 부근을 지나는 일부 국내·국제선 항공편의 결항, 지연출발, 항로 변경 등도 잇따랐다.
기상청은 이날과 비슷한 규모의 분화가 또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화산재가 바람에 날려 나가노, 기후, 야마나시(山梨), 시즈오카(靜岡)현 등지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주변 지자체들은 화산재로 농작물 등에 피해가 생길 것을 우려했다.
기상청은 지난달 중순 온타케산에서 화산성 지진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다른 관측 데이터에는 변화가 없어 미리 입산 규제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분화 당시 온타케산에는 가을 단풍을 즐기려는 등산객으로 붐볐다.
일본 정부는 28일 비상재해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마쓰모토 요헤이(松本洋平) 내각부 정무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현지 대책본부를 나가노 현청에 설치했다. 또 총리 관저의 위기관리센터에 마련한 관저 연락실을 관저대책실로 격상했다.
이번 분화는 지하 깊은 곳의 마그마가 상승해 일어난 것이 아니라, 마그마로 가열된 지하수가 끓어 폭발한 '수증기 폭발'로 보인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또 산 정상에서 남서 사면을 따라 3km 가량 흘러내린 물질은 이번 분화로 화산재와 고온의 화산가스가 일체가 돼 고속으로 흘러내린 화쇄류(火碎流)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나가노현과 기후(岐阜)현에 걸쳐 있는 온타케산에서는 1979년에도 중간 규모의 분화가 발생해 산기슭의 농작물에 피해를 줬고, 가장 최근에는 2007년 3월 소규모 분화가 있었다.
이번 분화는 1979년의 분화와 비슷한 규모로 보인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일본은 후지(富士)산 등 활화산이 110개나 되는 등 전세계 활화산의 7%가 집중돼 있는 화산국가다. 지난 1990년에는 나가사키(長崎)현 운젠다케(雲仙岳) 화산이 분화해 41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된 바 있다.